
<이웃집 좀비>는 유독 눈에 확 들어오는 옴니버스 영화다. 총 여섯 조각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고 각 이야기들이 별도의 색을 갖지만, <이웃집 좀비>의 여섯 이야기들은 서로를 보듬는 단단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한 이야기의 끝과 다른 이야기의 처음이 명확하게 이어지고, 이로 인하여 전체 이야기의 틀이 스크린 안에 세워진다.
자연히 하고자 하는 이야기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한다. 어떻게 좀비가 대한민국에 등장했고, 어떻게 치유가 되며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여섯 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아예 영화 자체가 좀비 탄생의 전과 후를 꿰뚫는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보이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시작은 '틈 사이'부터다. 피규어를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피규어광이 어떻게 좀비로 변하는가에서부터 시작하는 "틈 사이"가 영화의 서막 역할을 한다면, 를 따르는 "도망가자"와 "뼈를 깎는 사랑"은 좀비가 대한민국 사회에 도래한 이후 어떤 혼란을 불러왔는가를 보여 주는 본론 격이다. 그 뒤를 따르는 "백신의 시대"와 "그 이후...미안해요"는? 본격적인 백신의 등장으로 어지러움이 정리되고 뒷수습이 시작되는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이후... 미안해요" 중에서 _ ⓒ Kino Mangosteen
영화의 시놉시스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웃집 좀비>는 단순히 좀비가 창궐한 세계를 비추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 안에 영혼을 심어 두었다. 어머니가 좀비로 변한 것을 바라보며 눈물지으면서도 구석에서 먹이를 마련하기 위해 자기 손가락을 자르는 딸("뼈를 깎는 사랑")이나, 좀비로 변해가는 남자친구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여자친구의 이야기("도망가자")의 모습은 이를 전적으로 증명한다.
물론 이렇게 심어 놓은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틈 사이"는 좀비 탄생의 서막을 비추었다기에는 약간 얄팍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도망가자"는 관객의 마음을 한 번쯤 잡아두기 충분하지만 그 이상의 공감을 형성하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신파 드라마의 성격도 갖고 있는 영화여서 다소의 낯간지러움도 존재한다.

"백신의 시대" 중에서 _ ⓒ Kino Mangosteen
그러나 "뼈를 깎는 사랑"부터 "그 이후... 미안해요" 까지 이어지는 세 가지 에피소드는 하나하나 나름의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그 이후... 미안해요"는 (흡사 <디스트릭트 9>에서의 외계인들처럼)좀비 바이러스가 치유되고 살아남은 살아남은 좀비 출신(?) 인간들이 살아남는 과정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잘 펼쳐냈고, "뼈를 깎는 사랑"은 다소의 낯간지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딸의 심리를 나름 열심히 전달하고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빛이 난다.
특히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이야기는 "백신의 시대"다. 좀비 백신이 개발되고 이를 둘러싼 인간들의 군상을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차분하게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 돋보인다. 특히 이성을 가진 마스크 좀비와 클리너의 대결 시퀀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충만하여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이웃집 좀비>의 성과는 확고하다. 그것이 썩 훌륭한 성과는 아닐지라도 좀비라는 소재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알고, 그것을 스크린에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를 안다. 그리고 그것을 충실하게 이끌어 내려는 욕심이 돋보이니, 이 정도면 한 번쯤 주목해 볼 만한 영화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지 않을까. 당장은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이 주목할 만한 89분짜리 영화가 앞으로 쏟아질 '어떤 한국 장르 영화'의 바탕이 될 것을 믿어 본다.
"도망가자" _ 5/10
"뼈를 깎는 사랑" _ 7.5/10
"백신의 시대" _ 9/10
"그 이후...미안해요" _ 8.5/10
"폐인킬러" _ 7/10

"폐인 킬러" 중에서 _ ⓒ Kino Mangosteen
* 홍대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본 첫 번째 영화. 상상마당 사이트에서 예매하여 봤는데 운 좋게 예매 이벤트에 당첨되어 PIFAN 단편걸작선 DVD 한 장과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를 경품으로 받았다. 의외의 수확이라고 할까.
상영관 바깥 북카페는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상영관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 종종 애용할 극장이 될 것 같다. :-)
** 각 포털에 소개되고 있는 이 영화의 캐스트를 보자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아예 캐스트를 따로 정리했다. 한시네마나 네이버 영화란이 그나마 충실하긴 한데 세그먼트 숫자로 표기해 놓아서 보기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잠깐 손을 댔는데 혹여 틀린 점이 있다면 지적을 해 주셔도 좋다. 참고로 캐스트 정보는 한시네마에 올라온 자료 기준.
열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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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 fun to read World of Warcraft Thing :)
신파적인 신이 있다는 것도 의외고. 후후.
좀비하면 전 왜 바이오하자드 같은것만 막 떠오르고 그래요..;
저는 <도망가자>, <그이후... 미안해요>를 인상적으로 봤어요~
블랙코미디의 성격이 강한 <도망가자>의 유머코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요...
튀어나온 눈알에 대고 이야기하는 장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