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좀비>는 유독 눈에 확 들어오는 옴니버스 영화다. 총 여섯 조각의 에피소드로 나뉘어 있고 각 이야기들이 별도의 색을 갖지만, <이웃집 좀비>의 여섯 이야기들은 서로를 보듬는 단단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한 이야기의 끝과 다른 이야기의 처음이 명확하게 이어지고, 이로 인하여 전체 이야기의 틀이 스크린 안에 세워진다.

자연히 하고자 하는 이야기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한다. 어떻게 좀비가 대한민국에 등장했고, 어떻게 치유가 되며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여섯 가지 이야기가 아니라 아예 영화 자체가 좀비 탄생의 전과 후를 꿰뚫는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보이는 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시작은 '틈 사이'부터다. 피규어를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피규어광이 어떻게 좀비로 변하는가에서부터 시작하는 "틈 사이"가 영화의 서막 역할을 한다면, 를 따르는 "도망가자"와 "뼈를 깎는 사랑"은 좀비가 대한민국 사회에 도래한 이후 어떤 혼란을 불러왔는가를 보여 주는 본론 격이다. 그 뒤를 따르는 "백신의 시대"와 "그 이후...미안해요"는?  본격적인 백신의 등장으로 어지러움이 정리되고 뒷수습이 시작되는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 이후... 미안해요" 중에서 _ ⓒ Kino Mangosteen

영화의 시놉시스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웃집 좀비>는 단순히 좀비가 창궐한 세계를 비추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 안에 영혼을 심어 두었다. 어머니가 좀비로 변한 것을 바라보며 눈물지으면서도 구석에서 먹이를 마련하기 위해 자기 손가락을 자르는 딸("뼈를 깎는 사랑")이나, 좀비로 변해가는 남자친구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여자친구의 이야기("도망가자")의 모습은 이를 전적으로 증명한다.

물론 이렇게 심어 놓은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틈 사이"는 좀비 탄생의 서막을 비추었다기에는 약간 얄팍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도망가자"는 관객의 마음을 한 번쯤 잡아두기 충분하지만 그 이상의 공감을 형성하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신파 드라마의 성격도 갖고 있는 영화여서 다소의 낯간지러움도 존재한다.


"백신의 시대" 중에서 _ ⓒ Kino Mangosteen

그러나 "뼈를 깎는 사랑"부터 "그 이후... 미안해요" 까지 이어지는 세 가지 에피소드는 하나하나 나름의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다. "그 이후... 미안해요"는 (흡사 <디스트릭트 9>에서의 외계인들처럼)좀비 바이러스가 치유되고 살아남은 살아남은 좀비 출신(?) 인간들이 살아남는 과정과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잘 펼쳐냈고, "뼈를 깎는 사랑"은 다소의 낯간지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딸의 심리를 나름 열심히 전달하고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빛이 난다.

특히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이야기는 "백신의 시대"다. 좀비 백신이 개발되고 이를 둘러싼 인간들의 군상을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차분하게 보여 주고자 하는 것이 돋보인다. 특히 이성을 가진 마스크 좀비와 클리너의 대결 시퀀스는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충만하여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이웃집 좀비>의 성과는 확고하다. 그것이 썩 훌륭한 성과는 아닐지라도 좀비라는 소재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알고, 그것을 스크린에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를 안다. 그리고 그것을 충실하게 이끌어 내려는 욕심이 돋보이니, 이 정도면 한 번쯤 주목해 볼 만한 영화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지 않을까. 당장은 성공적이지 않더라도, 이 주목할 만한 89분짜리 영화가 앞으로 쏟아질 '어떤 한국 장르 영화'의 바탕이 될 것을 믿어 본다.

Rate 7/10
"틈 사이" _ 4/10
"도망가자" _ 5/10
"뼈를 깎는 사랑" _ 7.5/10
"백신의 시대" _ 9/10
"그 이후...미안해요" _ 8.5/10
"폐인킬러" _ 7/10


"폐인 킬러" 중에서 _ ⓒ Kino Mangosteen

* 홍대 시네마 상상마당에서 본 첫 번째 영화. 상상마당 사이트에서 예매하여 봤는데 운 좋게 예매 이벤트에 당첨되어 PIFAN 단편걸작선 DVD 한 장과 하라 료의 "내가 죽인 소녀"를 경품으로 받았다. 의외의 수확이라고 할까.
상영관 바깥 북카페는 몇 번 간 적이 있는데 상영관은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앞으로 종종 애용할 극장이 될 것 같다. :-)

** 각 포털에 소개되고 있는 이 영화의 캐스트를 보자니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아예 캐스트를 따로 정리했다. 한시네마나 네이버 영화란이 그나마 충실하긴 한데 세그먼트 숫자로 표기해 놓아서 보기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잠깐 손을 댔는데 혹여 틀린 점이 있다면 지적을 해 주셔도 좋다. 참고로 캐스트 정보는 한시네마에 올라온 자료 기준.

열어주세요!


  1. 2010/02/23 01:17 [Edit/Del] [Reply]
    Found it by randomly..
    was fun to read World of Warcraft Thing :)
  2. 2010/02/23 11:50 [Edit/Del] [Reply]
    좀비 영화는 좀비 영화인데, 막 무섭거나 한건 아닌거 같네요.
    신파적인 신이 있다는 것도 의외고. 후후.
    좀비하면 전 왜 바이오하자드 같은것만 막 떠오르고 그래요..;
    • 진사야
      2010/02/27 18:45 [Edit/Del]
      약간 신파 코드도 섞여 있고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죠. 이 영화는 인간의 영혼을 입은 좀비영화거든요. 이게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노력한 티는 나죠.
  3. 2010/02/27 01:30 [Edit/Del] [Reply]
    리뷰 잘봤어요 ㅎ
    저는 <도망가자>, <그이후... 미안해요>를 인상적으로 봤어요~
    블랙코미디의 성격이 강한 <도망가자>의 유머코드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요...
    튀어나온 눈알에 대고 이야기하는 장면 ㅋㅋ
    • 진사야
      2010/02/27 18:46 [Edit/Del]
      '도망가자'의 세트는 참 예뻤던 기억이 납니다. 뒷편들에 비해 포스는 좀 덜했지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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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Boy meets Girl) 이야기이며, 흔해 빠진 연애 이야기가 아니다". <썸머와의 500일>에 한 걸음 보다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는 도입부에서부터 귀에 박힐 만큼 나오는 이 메시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부터 관객들은 알 수 없는 의문과 호기심을 가질 거다. 대놓고 사랑에 빠진 남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면서 흔해 빠진 연애 이야기가 아니라고 시침을 딱 떼다니, 이 무슨 배짱 아닌 배짱인가. 그런데 더욱 희한한 건, 이 쉽사리 납득하기 힘든 서술이 뒤에 가서는 이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영화 속 두 남녀 톰과 썸머의 꼬꼬마 어린 시절이 투영되는 오프닝 크레딧을 시작으로 시간 위로 뛰어올라, 그들의 만남과 헤어짐의 시간을 일컫는 500일 사이의 전과 후를 콜라주처럼 뒤섞는 마크 웹의 이 기상천외한 로맨틱 코미디는 통속적인 연애 중심의 흐름을 모른 척 한다. 이 영화의 태그라인(Tagline) 중 하나인 'This is not a love story. This is a story about love.' 에서도 드러나듯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전면에 걸고 있지만 그것이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 이상한 영화. 실질적으로 500일 중 톰과 썸머가 사랑한 시간은 100~200여일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그들의 오만 가지 색채의 관계 앞에 카메라를 내버려 두는 영화. 그것이 <썸머와의 500일>의 세계다.



그리고 이 세계의 중심에는 한 때 건축가의 꿈을 키웠지만 현실에 부닥쳐 연하장 카드의 카피 문구를 쓰는 일을 하는 남자 톰 핸슨(조셉 고든-래빗)이 있다. <썸머와의 500일>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톰의 시선으로 상대 썸머 핀(조이 데샤넬)을 바라보는 모습을 취하지만, 동시에 썸머 역시 톰을 관조하는 모습으로 다가간다(이는 썸머 역을 맡은 조이 데샤넬의 모습이 빚은 결과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만나 친해지고, 좋아하는 감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쉽사리 찾기 어려운 모습의 유쾌함을 본다. 썸머와 한 단계 발전한 관계에 이룩했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톰의 군무 장면은 이 유쾌함의 백미라 칭할 만하다.

그러나 그 유쾌함의 이면에는 더욱 잘 짜여진 남녀 사이의 이해관계가 성립한다. 시간이 정신없이 앞뒤로 뒤흔들리는 시간 동안, 톰과 썸머는 다정한 모습을 취하다가도 자존심 문제로 다투고, 서로의 생각에 잠을 설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친한 친구처럼 마주치기도 한다. 무언가 정신 없는 구성이 될 법 하나, 영화 전면에 차고 넘치는 차분한 시선은 이런 위험성을 사전에 소화하고도 남는 결과를 보여 준다. 어린 나이에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듯한 표정으로 톰에게 시니컬한 조언을 아끼지 않던 레이첼(클로에 모레츠)이나, 재미있기도 하지만 우정 어린 시선을 아낌 없이 보여 주는 동료 맥킨지(제프리 아렌드)는 영화 속 주목할 만한 조역이다.



제목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는 것처럼, 설령 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한다고 한들 슬픔부터 표하는 건 너무 성급한 일이 될 게다. <썸머와의 500일>은 그 슬픔보다 앞서 보다 단단해지는 이들의 모습을 슬쩍 관객 앞에 던져 놓고 이야기를 마무리짓는다. 그 결과가 어떠하든 그 '여름(summer)'의 달뜬 기억들은 모두 경험으로 남아 톰의 마음에 아로새겨질 것임을 알기에, 그리고 새로운 이가 찾아들었을 때의 자세를 기억하게 될 것임을 알기에.

<썸머와의 500일>을 본 한 평자는 "커플들은 이 영화 볼 거면 잘 생각하길 바란다. 영화 보고 싸울 확률 75% 이상" 이라고 했지만, 이 영화야말로 커플들에게 보다 잘 어울릴 수밖에 없는 영화다. '커플 관람 금지' 딱지를 성급히 붙일 일이 아니라, 오히려 '커플 관람 권장' 을 당당하게 붙여 줘도 된다는 소리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고민하는 커플들에게 <썸머와의 500일>은 잘만 살펴보면 여느 기교 중심의 연애 블로그나 책들보다 더 묵직하고 효과적인 생각들, 서로에 대한 대화를 충실하게 나눌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꼭! /Rate 9.5
(2010.01.26 /by @zinsaya)



1) 원래는 번역제인 <500일의 썸머>가 따로 있지만, 이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의미가 가장 부합하는 <썸머와의 500일>로 대체하여 리뷰를 작성했음을 밝혀둔다. 이런 쉬운 제목이 있음에도 굳이 왜 저 제목을 선택했을지 살짝 의문이 드는 부분.

2) 이 영화를 통해 굳건한 2순위 선호 여배우가 된 조이 데샤넬(Zooey Deschanel). 그녀의 모습을 빌어 탄생한 썸머 핀 캐릭터는 그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영화에 귀중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이전까지 <엘프> 속 모습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슬쩍 든다. 아니, 이미 바뀌었다. :-)

3) <썸머와의 500일>의 오프닝 크레딧은 그것만 떼어 놓고 봐도 명백한 '작품'이다. 감독이 뮤직비디오 출신이라서 그런지 음악 (Regina Spektor의 'Us' Remaster) 선택도 탁월하고, 톰과 썸머의 유년 시절을 이분화하여 서글서글 정겨운 모습으로 보여 주는 화면 구성은 절로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상영관에 늦게 들어와 이 오프닝 크레딧을 못 보고 본 내용부터 보는 사람들이 몇 명 있던데, 안 됐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 정도였다. 3월에 열리는 오스카 주제가상 후보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까지 닿았지만 이건 좀 힘들려나.

4) 앞 부분의 재미있는 짤막 메시지에 대한 자막이 있다 없다 말이 좀 분분한데, 일단 내가 충무로 대한극장 1차 시사회에서 본 디지털판은 번역이 안 된 버전이었고 오늘 용산 CGV에서 본 디지털판은 번역이 된 버전이었다. (사실 자막이 나왔을 거란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나오길래 깜짝 놀랐다)
극장이나 상영관에 따라 자막의 차이가 있는 듯 하니 완벽한 자막판을 보고 싶다면 대략적인 극장별 자막 상태는 알고 가는 게 좋겠지만, 아직은 정보가 좀 부족한 듯. 이 부분은 본 사람들이 얘기를 많이 해 줬으면 좋겠다.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

5) 여담이지만, 이제는 용산 CGV 발매기에서도 영수증을 틱 던져 주는 현실에 절망했다. 이제 믿을 만한 곳은 진정 일산 CGV(웨스턴돔 안)밖에 없단 말인가? 점점 CGV 구형 발매기를 찾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슬픈 일이다. ㅜㅜ

6) <썸머와의 500일> 북미 개봉 당시 나왔던 리뷰들 중 재미있는 리뷰가 두 개 있다. 북미 지역 웹진 '고든 앤 더 웨일 (Gordon and the Whale)' 에 올라온 '(500) Days of Summer A male perspective - A female perspective' 가 바로 그것. 굳이 해석하자면 '남자가 본 <썸머와의 500일> VS 여자가 본 <썸머와의 500일>' 정도랄까. 남성 평자가 쓴 내용과 여성 평자가 쓴 내용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테고, 둘 다 호의적인 평이지만 남성 평자가 보다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주소는 아래 참조.
http://gordonandthewhale.com/review-500-days-of-summer-james-perspective/
http://gordonandthewhale.com/review-500-days-of-summer-kates-perspective/

  1. 2010/01/26 03:15 [Edit/Del] [Reply]
    글 잘 봤습니다.

    제목은 원제가 가지는 썸머의 중의적인 의미를 살려보고자 번역한게 아닐까 싶어요. :)
    • 진사야
      2010/01/26 03:31 [Edit/Del]
      아. 생각해 보니 그것도 맞는 말 같단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딱 보면 잘 이해가 안 가는 제목이라 그건 좀 아쉽네요 : )
  2. 2010/01/26 04:08 [Edit/Del] [Reply]
    제 바보 여친은....'쟤들도 헤어졌으니 우리도 헤어질까?'이딴 헛소리 할 거 같아서 해피엔딩 아닌건 안 봐야겠습니다 -_- ㅋ..

    그런데 CGV에 영수증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서명운동이라도 하고 싶을 지경...
    • 진사야
      2010/01/26 04:23 [Edit/Del]
      에이 그래도 쉽게 포기하긴 어려우실 거에요. 그만큼 잘 만들어진 영화고, 커플들에게도 좋은 생각을 던져 주는 영화니까요. :-)

      진짜 많이 가는 4대 CGV (부평/용산/강남/일산) 중 구형이 있는 걸 본 건 일산밖에 없네요. 용산이랑 강남은 진작 신형으로 바뀌었고, 부평은 요즘 도통 가 보질 못해서 신형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고 (...)
      하물며 롯데나 메가박스 같은 곳도 티켓으로 뽑아주는데 왜 CGV만 영수증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흑.
  3. 2010/01/26 07:09 [Edit/Del] [Reply]
    2순위 선호여배우요?
    1순위는 여전히 베라 파미가인 것인가요?
    골든글로브에서 눈이 완전 팬더같더군요..
    화장법인지, 다크서클인지 암튼 지대였어요. ㅎㅎ
    • 진사야
      2010/01/27 12:58 [Edit/Del]
      최근 시상식을 너무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라고 생각합니다. 공항에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 나타난 파파라치 사진을 잠깐 본 적이 있는데, 정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더라고요. 보면서 제가 다 안타깝더랍니다.
      개인적으로 베라가 참여한 최근 시상식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크리틱스 초이스네요. 그 다음은 SAG, 그 다음은 골글... 의상은 골글이 훨씬 나았지만, 그 얼굴의 매력을 백퍼센트로는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쩝니까. 제 눈에는 여전히 멋진 배우인걸요. [러닝 스케어드]의 테레사가 아직도 눈에 밟히고, [15분]에서의 다프네의 미소를 기억하고, [네버 포에버]에서의 소피가 인상적인 자태로 걸어다니던 모습을 마음에 아직 새기고 있는 것이 놀랍기까지 합니다. 이런 느낌을 (팬질 시작한 지)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게 참 어떻게 보면 신기해요.

      물론 조이 데샤넬도 아름다운 건 마찬가지이구요. 이렇게 멋진 여배우를 둘씩이나 좋아하는 배우 대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게 기쁘네요. :-)
  4. 2010/01/26 08:21 [Edit/Del] [Reply]
    대부분 예매를 해놓고 자동발권기로 티켓을 출력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티켓이 바뀌어 서운하다'는 걸 잘 못느끼겠더군요. 얼마 전에 딱 한번
    현매를 했더니 영수증 같은 걸로 주는데 저야 뭐 티켓을 모으지를 않으니
    티켓을 어떤 용지에 주건 무감할 따름입니다.
    • 2010/01/26 09:12 [Edit/Del]
      얼마전에 상암CGV에 갔는데, 이제는 자동발권기도 영수증 티켓으로 나오더군요...
    • 2010/01/26 10:53 [Edit/Del]
      ㅋㅋ 제가 변두리 CGV로만 다니다보니.
    • 진사야
      2010/01/27 12:47 [Edit/Del]
      티켓 모으는 걸 좋아하는 저는 상암도 피해야 할 대상이군요.
      (여기서 다시 한 번 일산이 있어 다행이야라는 생각 하고;;)
      이젠 자동발권기도 믿을 수 없는 건가! 싶은 생각에 쪼금 착잡합니다. :-/

      아쉬운 대로 책상 파티션에 영화입장권을 걸어 놨는데, 역시 영 적응이 안 되네요.
  5. 2010/01/26 09:17 [Edit/Del] [Reply]
    제목을 지은 사람이 '가을'이 나오는 엔딩신에 꽃혀있는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영화볼때 제목이 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어느정도 공감이 가더라구요 ㅎ
    '커플관람권장'에 공감합니다 ㅎ 저는 커플들이 꼭 봤으면 좋겠더군요.
    • 2010/01/26 10:55 [Edit/Del]
      저도 엔딩씬에서 영화의 의미가 확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영문 제목도 (500) Days of Summer인 것이, (500) 제외하고 '여름(같은
      사랑)의 날들'이라고 의미의 중의성을 강조했다고 생각됩니다.
    • 진사야
      2010/01/27 12:45 [Edit/Del]
      역시 제 생각이 조금 짧았다 싶어 아차 하는 생각이 드네요 ^_^
      몬스터님, 신어지님 감사!
      곧 한 번 더 볼 때는 원제목의 의미도 같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
  6. 2010/01/26 11:13 [Edit/Del] [Reply]
    1. 아~ 저도 이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나긋나긋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내용과 구성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구요.

    2. 저도 영화표를 모으는 재미가 영화관을 찾는 재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편인데, 영수증이라니요....ㅠ
    • 진사야
      2010/01/27 12:43 [Edit/Del]
      보는 내내 톰과 썸머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이 정말 좋았어요. 쓸데없는 참견을 하지 않고 두 사람의 모습을 비추는 데 100% 집중하죠.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갔던 건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7. 2010/01/26 13:00 [Edit/Del] [Reply]
    연애에 대해, 사랑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하면서도 공감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커플이 관람을 피해야 한다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상대방과의 인연이 영원할 거라는 착각에 빠져 지내는 것보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오히려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저도 이 영화는 커플이건, 솔로건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강추입니다ㅋㅋ
  8. 2010/01/26 15:07 [Edit/Del] [Reply]
    저도 영화티켓을 모은다기보다 1년치를 한꺼번에 처분하는 스타일인데... 영수증은 왠지 정이 안가드라구요...ㅋㅋ
    전 커플 비추에 공감했었는데... 잘 못 보고 더 관계가 악화될수도 있을 듯...ㅋ
    • 진사야
      2010/01/27 12:41 [Edit/Del]
      그래도 전환의 계기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말씀대로 잘못 보면 문제가 클 수도 있겠지만... ^^
  9. 2010/01/26 18:59 [Edit/Del] [Reply]
    제가 가는 CGV는 다행히 무인발권기를 쓰면 티켓으로 줄 정도의 개념은 남아있습니다.

    커플 관람을 권장하시는 쪽이군요. 저는 좀 다른 의미로 권장합니다.
    이 영화를 본 많은 커플들이 솔로 부대에 편입되기를....
    • 진사야
      2010/01/27 12:40 [Edit/Del]
      그 곳도 아직 구형 발매기를 그대로 쓰고 있는 모양이군요. ^^ 그래도 점점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여서 좀 안타깝지만.
      네 맞습니다. 커플이 봐도 좋고 솔로가 봐도 좋은 영화지요. '연애 권하는 영화'라고 어느 기자가 평했던데, 그 말이 탁 와닿았다고 할까요.
  10. 비밀방문자
    2010/01/27 03:00 [Edit/Del] [Reply]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진사야
      2010/01/27 12:39 [Edit/Del]
      아니 이 좋은 댓글을 왜 비밀글로!...라고 생각했는데 스포일러 우려 때문이군요. ^^
      예전에 한 번 본 기억이 있는 영상이에요. (물론 영화는 보지 않은 상태였고, 그 때는 저런 영상도 찍었었구나 했었죠) 조이 데샤넬의 시드가 참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지금도 나는데, 지금 들어 다시 보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11. GoldSoul
    2010/01/27 22:25 [Edit/Del] [Reply]
    제가 볼 때도 오프닝에 자막이 나왔어요. CGV 영수증 티켓 정말 별로죠?
    저도 CGV에서 봤는데, 발매기에서 찾아서 빳빳한 표예요.
    전 티켓 모아두지는 않는데, 거의 대부분 책갈피로 이용해요.
    여자 배우는 전 처음 봤는데, 또 어디에 나왔어요? 너무 예뻐요. 흥! ㅠ.ㅠ
    • 진사야
      2010/01/28 08:45 [Edit/Del]
      가장 자신있게 추천해 드릴 수 있는 영화는 역시 [엘프]입니다. [아이언맨]의 감독이기도 한 존 파브로 감독이 2003년에 찍은 크리스마스용 영화인데 조이 데샤넬이 아주 깜찍한 백화점 직원으로 나와요. 보는 내내 상대역인 윌 페렐이 왜 그리 부럽던지. ㅡ.ㅜ
      그 외에 [예스맨]의 모습도 좋다고 하고(이 영화에서 노래까지 불렀다 하죠), 저는 이 영화를 여지껏 보지 못하고 있네요. 어서어서 접해야 할 텐데 T_T

      차기작으로는 [유어 하이니스]가 현재 후반작업 중이군요. 어서 완성되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

      아! 참고로
      한국어로 된 팬블로그도 있으니(http://zooey.textcube.com) 둘러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2. 2010/02/03 23:54 [Edit/Del] [Reply]
    평이 상당히 좋게 들려와서 어떨지 정말 궁금하더라구요.
    아쉽게도 일본에서는 아직 개봉을 안한건지 이야기가 들리지는 않던데 말이예요.
    나중에라도 꼭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덧_영화제목을...바꿀 때는 정말 이래저래 느낌이 틀려져서 아쉽곤 하지요.^^;
    • 진사야
      2010/02/05 23:25 [Edit/Del]
      일본은 언제 개봉하나요? 전체적으로 해외 개봉이 구조상 좀 늦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서 제이유님도 보실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십중팔구 못 보시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실지도 몰라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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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러브 (Fair Love, 2009)

Posted at 2010/01/22 12:57// Posted in 영화담론/긴 영화리뷰

경쾌하고 흐뭇한 로맨스

"나이를 먹으면 쉽게 변하질 못해" 라고 남은(이하나)에게 읊조리던 모습만큼이나, <페어 러브>에서 드러나는 형만(안성기)의 초기 자화상은 으레 생각해 볼 법한 나이 지긋한 이의 정체감이 겹겹이 쌓여 있는 그것이다. 각종 디지털카메라와 DSLR이 판 치는 시대에 롤라이플렉스 이안렌즈 카메라와 같은 고풍있는 카메라들을 거느리고, "형이 무슨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인 줄 알아"라는 동료의 푸념 섞인 소리를 들으면서도 꿋꿋이 하늘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며, 가족에게 신세 지는 것을 꺼려하며 사진 작업실 한 구석에서 카메라를 고치며 살아가는 남자.

이런 형만을 변화시키는 사건이 발생하니, 그것이 바로 <페어 러브>의 주요 소재인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그것도 원수나 다름없는 친구의 딸) 어린 대학생 남은을 만나 지금껏 겪어 보지도 않았던 연애 모험을 시작하는 일이다. 아버지와 고양이를 순식간에 잃은 슬픔에 젖은 남은을 아버지 대신 돌봐 주는 모습에서부터 복잡미묘한 감정을 품게 되기까지. 선뜻 그 조합이 어떨까 마음 속으로 되묻게 만드는데, 여기서 한 가지. 그렇다고 해서 이 연애담이 뭔가 특별할 것이라 기대하는 건 금물이다. 남은과 형만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연애담은 오히려 한 쌍(Pair)의 남녀가 서로를 좋아하고 아쉽게 헤어지는 순간에 카메라를 맞추고 있다. 마치 이것이 그들의 일상이었다는 것처럼.



<페어 러브>의 미덕을 찾자면 그 미덕의 시작점은 단연 바로 이런 영화적 선언이 될 게다. 난데없는 스토커(?)의 습격으로 학교 밖으로 나가기를 곤란해 하는 남은을 위해 택시까지 대동하여 직접 태우러 다니거나, 중고차라도 한 대 얻기 위해 가족과 모종의 협상을 시도(?)하는 형만의 모습을 보며 불편한 마음보다 유쾌한 마음이 제일 먼저 드는 건, 이 사랑이 남들도 다 겪는 그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페어 러브>는 소재의 자극성을 정공법으로 파헤치는 것보다 소재의 농도를 얼마나 친화적으로 바꾸어 나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의 본래 영문 제목인 Fair Love보다 Pair(한 쌍의 남녀) Love가 더 어울리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런 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바로 후반부 형만과 사진 작업실 동료들의 위로주 장면. 막 헤어짐 선고를 받은 형만을 여느 때보다 살갑게 대하며 술을 한 잔씩 나누는 그들의 모습은 보는 것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떠올릴 수 있는 소재의 자극성을 일거에 소거하는 힘이 있다. 각 캐릭터들에게 난처함을 강요하지 않고, 윤리적인 문제를 강요하지 않는 카메라의 모습이 좋다.

며칠 전 본 <썸머와의 500일>이 매우 현실적인 방향의 연애담으로 어느 정도 날카로움을 품고 있었다면, <페어 러브>는 이보다 조금 높은 온도의 연애담인 동시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해지게 만드는 연애담이라 할 만하다. 때로는 열심히 앞을 향해 달려가다가도, 어느 순간 사진을 한 장 한 장 펼쳐 보이듯 개별적인 이미지를 꿋꿋이 스크린 안에 각인시킨다 (극중 형만의 조카 회상신에서의 '불꽃놀이' 장면은 그 중 백미로 손꼽힌다). 기묘하면서도 놀라움이 절로 나오는 모습이다. 그 연애담이 설령 연애 실패담으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이야기로 끝난다 할지라도 이 연애담의 흔적은 스크린 안에 온전히 자리잡아 메아리처럼 남는다. 마치 영화의 라스트신에서 울리던 남은의 "우리 다시 시작해요" 라는 메아리처럼. (2010.01.22)

_Rate 8.5/10



*
- 아마 '지붕 뚫고 하이킥' 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얼굴이 하나 등장하죠. 바로 형만의 조카가 좋아하는 여자 역으로 등장하는 유인나 양.
- 극중 형만의 사진 작업실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런 공간에 있으면 참 재미있게 놀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석에 박혀 책장에 꽂힌 내셔널 지오그라픽 잡지들도 읽으면 재미날 것 같고.
- 사진 혹은 사진기에 대한 역사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영화에 대해서 보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잠깐 대사로 등장하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에 대한 정보는 여기 클릭.

  1. 2010/01/22 20:55 [Edit/Del] [Reply]
    좋게 보셨네요... 다행입니다^^
    전 영화의 감성과 설정 분위기 등등은 다 마음에 들었는데
    흘러가는 과정이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아쉬운 영화였어요.
    • 진사야
      2010/01/25 08:58 [Edit/Del]
      석연치 않은 느낌이란 어떤 느낌이셨을까요? 몬스터님 리뷰를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
      반응이 좀 엇갈리겠다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몰랐네요. 그래도 즐겁게 봤으니 다행이다 싶죠.
  2. 2010/02/03 23:55 [Edit/Del] [Reply]
    이런 느낌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라서...매우...=_=기대가 된달까?
    그치만 일본에서 만나기는 어렵겠죠? ^^;;;
    • 진사야
      2010/02/05 23:26 [Edit/Del]
      과연 개봉할까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내수용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고.
      안성기씨 참 멋지게 나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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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 (Moon, 2009)

Posted at 2009/11/22 15:33// Posted in 영화담론/긴 영화리뷰

격리된 현실: 경이로운 세계와의 또 다른 조우

-- 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나 내용을 읽고 영화를 보셔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감추기에는 이미 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스틸들부터가 그걸 대놓고 드러내고 있지요. 어떻게 보면 샘 벨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고...

허허벌판. 누구라도 <더 문>을 보게 된다면 이 네 마디의 단어 하나가 제일 먼저 가슴팍에 꽂히는 것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일견 맞는 얘기다. <더 문>에서 보이는 달 세계의 공간에는 기계의 냄새가 진동하는 크고 작은 기지 두세 개와 그 기지를 지키는 기계 한 덩어리와 인간 한 명만이 존재감을 드러낸 채 꿈틀대고 있을 뿐이니까.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얼핏 화려한 듯 이면에는 독립에의 강한 의지를 보이던 달 세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익숙하지만 어딘가 낯선 달 세계를 감싸고 있는 또 다른 세계. <더 문>이 본격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 주고자 하는 세계는 바로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 달리 말하면 '격리(quarantine)된 현실'이라 규정할 수 있는 세계다.

그리고 그 세계 안에, 샘 벨(샘 락웰)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있다.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로봇 거티(케빈 스페이시:목소리)와 함께 다국적 기업 루나 인더스트리즈에서 만든 달 기지 사랑(SARANG)에서 생활하며 통신위성이 철저히 단절된 달 세계에서 홀로 통신위성을 찾아다니거나 달 세계를 지켜 나가는 일을 하면서 산다. 이 샘 벨이라는 친구에게 있어 달 세계,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기지는 우리가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최소한의 익숙한 일을 할 수 있는 세계지만, 샘 벨은 끊임없이 자신이 살았을 지구 세계를 그리워하고 (환상 장면의 베드신에서 드러나듯) 아내의 살 냄새를 그리워하고 하나뿐인 딸의 숨결을 그리워한다. 그러나 세계는 분명히 격리되어 있고, 그 세계 안에서 샘 벨은 끊임없이 임무가 끝나는 3년 후를 기다린다.


ⓒ Liberty Films UK, Xingu Films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영화사 구안

어떻게 보면 아주 정적인 달 세계로까지 규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계가 정말 재미가 없느냐고? 이 생각이 들 때쯤 <더 문>은 아주 인상적인 트위스트의 숲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샘 벨이 타고 있던 정찰차 하비스터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나고, 이 사고를 기점으로 또 다른 달 세계의 샘 벨을 만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 정적인 분위기가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한다. 극 중 샘 벨의 대사 중 하나인 "Rock 'N Roll, 아메리카 만세" 라는 말에서처럼 멈춰 있던 흐름을 송두리째 흔들어(rock) 경이로운 세계로 관객들과 함께 굴러가(roll)는 것이다.

물론 거티의 암묵적 동의를 등에 업고 샘 벨이 진실에 접근해 나가는 이야기의 흐름이 극히 익숙한 흐름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오히려 경이로운 세계처럼 느껴지는 것은 조금씩 속꺼풀을 벗기 시작하는 세계를 엿보는 재미를 고스란히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앞에서 이야기했던 하비스터 전복 사건 현장에 다시 찾아간 (멀끔한 용모를 갖춘) 샘 벨이 동그란 유리창을 슥슥 문질러 안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있다. 혹시나? 해서 들여다보았는데 역시나 그것, (초라한 행색에 피투성이인) 또 다른 샘 벨이 있다.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는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그 동작, 그 장면이 일종의 전율을 일으킬 소지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는 거다. 미지의 세계와의 조우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라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고 싶은 의도가 나타난다고 할까나. 그래서 참신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순간 "억!"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두 달 전 이미 공개되어 국내에서도 반향을 몰고 왔던 <디스트릭트 9>과 마찬가지로, <더 문> 역시 다른 세계와의 조우,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을 바탕으로 SF 특유의 재미를 소화하고 있는 영화다. 그러나 둘 사이의 차이점을 굳이 찾아 보자면, <디스트릭트 9>이 다소 날카롭고 잔혹하기까지 한 이세계의 활극이었다면 <더 문>은 '나는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일까' 라는 질문을 보다 묵직하게 내던지고 그 흐름에 몸을 실은 채 전진해 나가는 영화다. 둘로 쪼개진 샘 벨이 품고 있는 진실에 다다랐을 때 허무하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수긍이 가는 것은, 앞서 조금씩 펼쳐 놓고 있는 꺼풀들이 하나하나 관객에게 설득력을 안겨 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 Liberty Films UK, Xingu Films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영화사 구안

극단적인 방식을 채택하지 않더라도 이세계에서 벌어지는 풍경에 경이감을 실어 관객으로 하여금 절로 무릎을 꿇게 하는 것. <더 문>을 통해 던컨 존스 감독이 의도했던 것은 아마도 이것이 아니었을는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의도는 매우 충실하게 이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결과를 단 500만불의 제작비로 만들어 낸 성과가 놀랍다. 그 경이로움이 놀랍다. 그리고... 스크린 안에서 수 없이 펼쳐지던 달 세계가 놀랍다. 그 경이로움을 체험하기 위해서라도, <더 문>은 필시 극장에서 그 실체를 확인해야 함이 옳은 영화다. 장르의 특성만큼이나 극장을 찾을 관객들이 어느 정도 제한되어 있다는 것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2009.11.22)

★★★★★ (Rate: 10.0)

--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되는 것 하나. 잘 알려진 대로 <더 문>은 지난 42회 시체스 국제 영화제에서 4관왕을 차지했으며, 그 중 샘 벨 역을맡은 샘 락웰은 최우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전에도 두 차례 <론 덕스>(1997년) 와 <조슈아>(2007년)라는 영화로 같은 상을 가져간 적이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영광이 되는데, 이 중 한국에 정식 개봉했거나 알려진 영화는 <더 문>이 유일하다. 다른 영화들은 알려지지도 못하고 잊혀지거나, 정식으로 소개가 되지 못한 채 종종 케이블 TV 등에서 무판권이 나돌고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더 문>에 정말 큰 기대를 품고 있었는데, 그 기대에 제대로 부응해 주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아니 품을 수 없다.

-- <디스트릭트 9> 개봉 직전에 나왔던 "<트랜스포머2> 한 편 만들 돈이면 <디스트릭트 9>을 여섯 편 만들 수 있다 (capcold님의 블로그 - 디스트릭트 9 단평에서 발췌)" 라는 우스갯소리를 기억하시는가? 이걸 바꿔서 말해보자. <디스트릭트 9> 한 편 만들 돈으로는 <더 문>을 여섯 편 만들 수 있다. 참 재미있는 세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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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절로 온 몸을 화끈거리게 하는 뜨거운 돌이 하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혹하여 손에 쥐고 싶으나 아무도 손을 대고 있지 못하던 차에, 어떤 사람이 그 돌을 보자마자 무언가를 보여 주겠다며 단숨에 움켜쥐었다고 해두자.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을 향해 그 사람은 돌을 쥔 채 자신만만하게 외친다. 이것 봐, 내가 이런 돌을 주웠다고! 멋지지? 죽이지? 목소리가 점점 커져 갈수록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환성 또한 커져간다. 그 과정이 어떠하든 간에. 여기서 한 가지 설정을 더 끼워넣어 볼까? 이 돌을 움켜쥔 사람은 그 황홀함에 순간 정신을 놓은 나머지, 돌을 쥔 채 그냥 그 자리에 서서 굳어버렸다.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린다. 자네, 왜 뜨거운 돌을 아직도 손에 쥐고 있나?

갑자기 왠 허무맹랑한 이야기냐고? 롤랜드 에머리히의 <2012>가 바로 위와 같은 이야기라서다. 아마도 이 영화를 놓고 대다수의 관객들이 쏟아낸 반응은 위에서 언급했던 수많은 군중들의 환성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과정, 그러니까 내용이 어떠하든 간에 시원하게 부숴 주면 그만이지.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2012>가 명백한 오락영화의 한 핵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런 생각에 금세 다다를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정말 '시원하게 부숴' 준다. 대단하다고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으나 <2012>의 재난 장면들이 하나하나 모두 인상적인데다 절로 온몸이 움츠러든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다.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가 눈 깜빡할 사이 순식간에 주저앉는 지진 시퀀스 하나만 놓고 봐도 이는 충분히 증명된다. 재난의 규모만 놓고 보면 <2012>는 분명 많은 사람 헐떡이게 만들 영화인 거다.


ⓒ Columbia Pictures, Centropolis Entertainment, Farewell Productions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토록 눈도장을 강력하게 찍을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음에도 결론에 다다라서는 되려 허무함이 맴돈다. 너무나 강력한 초중반 재난 장면에 대한 단순한 반사신경 때문일까? 아니. 결정적으로 <2012>에는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 외에 영화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재난과 함께 인간들도 등장하고 수많은 동물들도 지나가고 그 외 기타 등등 나올 만한 것들은 거의 나오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스케일을 보증해 줄 수 있는 매개체들일 뿐, 문제는 단순히 재난의 흔적을 보여 주는 것 외의 활용을 못 한다는 거다. 아무도 섣불리 손을 뻗지 않는 돌을 잡아챘음에도, 정작 보여 줄 것은 보여 주지 못하고 그저 손에 쥐고 있을 뿐이다.

<2012> 가 거대한 재난의 집합체를 쓸어담은 영화이지만 그 속을 뜯어보면 (관객에게 기본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아주 단순한 만듦새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진과 쓰나미, 화산폭발, 홍수 등 각종 천재지변이 창궐하여 인류를 위협한다는 단순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스케일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뒷받침할 수 있는 방법론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최소한 이야기의 방향이 어느 정도 중심을 잡고 있었다면 얼마든지 보완이 됐을 일이다. 그러나 <2012>의 오락가락하는 이야기는 기어코 영화의 발목을 잡고야 만다.


ⓒ Columbia Pictures, Centropolis Entertainment, Farewell Productions

공개 이후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지만, 최소한 내가 본 <2012>는 개인(혹은 가족단위의 무리)의 안위를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이 어떻게 재난 상황을 헤치고 드러나는가.에 대한 거대 보고서였다. 수많은 희생들을 애써 외면한 채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수없이 달려 나가는 잭슨 커티스(존 큐잭) 가족을 비롯하여 <2012>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재난이라는 상황에 직면하여 자기 개인과 가족의 안전을 제일 먼저 추구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초록색 '티켓'으로 대변되는) 일종의 '살아남는 계급' 분류가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누군가는 재난의 상황을 미리 알고 대피를 하거나 살 길을 모색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쓰러지는 세계와 함께 희생당한다.

초중반에 걸쳐 고르게 등장하는 이런 흐름을 잘 이끌어 나갔다면 좋았으련만, 중반부 대통령 토머스 윌슨(대니 글로버)의 희생과 맞물려 후반부 갑작스레 전개되는 인류 화합의 분위기는 극의 흐름을 180도 흐트러트려 놓는다. 아니, 되려 뜬금없다는 느낌마저 든다. 해피엔딩을 어떻게든 만들려는 또 하나의 움직임일까? 그러나 상황만 놓고 보면 해피엔딩이 아니라 배드엔딩이 되어도 크게 반발이 생기지는 않았을 거다. 항간에 떠도는 말대로, "저런 악독한 상황에 놓인 자들은 결코 끝에 가서도 행복해질 수 없다"는 말은 아직까지 하나의 진리처럼 통하고 있으며, 관객들도 이걸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올 초 공개된 또 하나의 재난영화 <노잉>과 직접적으로 대비가 되는 부분이기도 한데, <노잉>이 한 흐름을 뚝심있게 밀어붙여 다른 생각거리들을 무수히 던져 준 반면, <2012>는 기존에 그럭저럭 이끌어 나가던 이야기마저 뒤집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비대한 규모가 기형적으로 크게 돋보이는 오락영화가 되어 버린 셈이다.


ⓒ Columbia Pictures, Centropolis Entertainment, Farewell Productions

결국 <2012>는 눈과 귀가 호강하는 블록버스터임에 분명하지만, 감흥이 단 반나절 간의 가치를 갖는 탓에 되려 심심함과 허무함이 역습하는 영화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행보를 엿보자면 재난의 규모를 보다 돋보이게 하는 영화의 방식을 의도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글쎄다. 아무리 멋진 장면들을 담아 놓았다 한들, 그 장면들이 주는 감흥이 단 반나절만 가는 감흥이라면 그건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2012>의 유일한 성취, 재난 시퀀스에 한 번쯤 혹했음에도 그 장면 하나하나가 영화관을 빠져나오자마자 안개처럼 흐릿해지는 것은 엄연히 이 '반쪽짜리 감흥'만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에 대한 모종의 반사신경일 것이다. ★★☆ rate 4.5
(200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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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ver 와 Forever 사이에 점을 찍어 주고 싶다"1. 한 영화배우가 자기 시나리오의 한 구석에 적어 놓은 이 한 줄의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Never는 절대적인 어감의 부정어이고, Forever는 영원을 약속하는 활짝 핀 긍정의 단어다. 그 구분되는 문자가 무엇이든 상반되는 두 단어를 떼어 놓아도 위치는 남는다. 허면 왜 점일까. 머리를 쥐어짠 결과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그럼에도...' 라는 의미를 보다 확실하게 부여하기 위한 것. 두 단어를 다른 세계에 각기 놓아 둠으로서 별개의 세계를 구축하려 함이 아닐까. 남들은 'Never'라고 하든 뭐 어때, 정도의 제스처라는 결론에 닿자마자 그 의미가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시작하기에 앞서 왜 '한 문장을 어떻게 읽을 것이냐'에 대한 짤막한 이야기를 했느냐 하면, 지금 이야기할 영화 <호우시절>이 딱 바로 이런 영화라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호우시절>은 '그럼에도...' 가 던지는 아름다움이 영화 전면에 빛을 발하는 영화다. 아니,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중간에 한 번 정도 점을 더 찍어도 되겠다 싶다. 바로 for와 ever 사이를 떼어 보자는 거다. for는 누군가를 위한다는 의미요, ever는 언젠가, 일찍이, 이제까지, 언제나 등의 동시다발적 의미다. 그렇게 이 리뷰의 제목은 정해졌다. 결코 '언제나 유지될' 수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를 '위한' 무언가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유지되고 있다. <호우시절>이 주려고 하는 의미는 바로 이것이 아닐는지.



 유학 시절에 친분을 갖고 있던 한국인 남자 동하(정우성)와 중국인 여자 메이(고원원)가 중국 청두에서 재회한다. 그 몇 일 간이라는 재회의 순간이 올 것임을 하늘도 알았던 것인지, 동하와 메이가 만나는 청두의 두보초당에 무럭무럭 자라난 대나무잎들이 흡사 빗소리를 연상시키는 소리를 내며 나부낀다. 반가운 손님을 불러온다는 까치 이야기처럼 <호우시절>에서 빗소리(혹은 그 비슷한 소리)는 반가운 사람이 온다는 사실을 알리는 목소리처럼 들린다. 이 목소리가 메이(May, 5월)의 싱그러운 모습과 겹쳐지며 생겨나는 <호우시절>의 첫 인상은 한 번쯤 관객의 발걸음과 눈망울을 멈추게 만든다.

 초장부터 두 사람의 친근한 모습을 보여 주며 멜로의 영역으로 바로 돌진할 줄 알았던 <호우시절>은 바로 이 순간, 잠시 쉬어 가는 방법을 택한다. 후반부 몇십 분 동안 작정하고 치고 들어가는 멜로의 영역과 명확히 대비되는 모습을 띠는, 언어유희가 넘실거리는 이 쉬어가는 시간이 주는 의미는 앞에서 말했던 세 단어 중 'ever'를 닮았다. 각자 놓인 상황에 관계 없이 '언제나' 벌어질 수 있는 일. 친우를 만났다는 사실 하나에 하던 일까지 잠시 내려 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풀어놓는 동하와 메이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담은 세계는 그래서 재미있다. 가령 동하가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식대를 원래 나간 것보다 많이 적어놓는 내용이나, 하루 더 있다 돌아간다는 사실을 중국 현지 사무소에 따로 알리지 않았다가 한국식당 화장실에서 지사장(김상호)에게 딱 걸리는 장면 등은 절로 미소짓기에 좋은 면모를 갖추었다.



 관광영화라는 포장지 안에 담뿍 담긴 일상적인 공간 안에서 동하와 메이는 만나고, 이야기하고, 그러다 서서히 옛정을 되찾아가고,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 이렇게 멜로의 면모가 본격적으로 머리를 드는 순간, <호우시절>은 급속도로 방향을 틀어젖힌다. 쓰촨성 대지진이라는 절대적 사실을 바탕에 깔고서. 영화의 중간쯤 동하와 지사장이 답사하는 지진 현장 모습처럼 생채기는 꾸준히 남아 유령처럼 떠돌아다니며, 동하와 메이 사이에 절대적인 거부(Never)의 영역을 만들려 든다.

 전쟁의 황폐화된 모습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구멍을 남기는지를 똑똑히 각인시키던 <어톤먼트>의 그 유명한 뒤르케르크 해안 길게찍기 모습처럼 <호우시절>은 역사적인 사실을 멜로의 영역에 포함시켜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보여 주지만, 부정적인(never)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내 영리하게 빠져나온다. 그래서 명백히 초반부의 유연한 분위기와 대조되기에 '역습'쯤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 역습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다. 지진이 일어났던 현장에 굴삭기가 들어서고 복구가 진행되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럼에도' 언젠가는 이 생채기가 만든 사슬에서 자유로워질 날을 기다리는 것이다. 무엇을 통해서? 바로 서로를 위한(for) 배려와 위안, 응원을 통해서. 그렇게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언제나(ever) 벌어지는 일상의 영역으로 돌아간다.



 그러니까 <호우시절>이 영화 속에 담아 놓은 알맹이는 이거다. 폐허가 복구되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들과 상대를 위한 마음은 영원함(for+ever=forever)은 언제나 빛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 메이가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절로 가슴을 쓸어내리게 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다. 누군가 <호우시절>을 놓고 '사랑에 대한 가장 적극적인 판타지'라고 했던가.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호우시절>은 분명 적극적인 판타지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상황에 걸맞는 의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을 덧붙이자. <호우시절>은 이런 말을 들을 가치가 충분한 영화다. ★★★★☆ (Rate 9/10)
(2009.10.10 / zinsayascope.com)

각주
  1. 하정우 특집 I AM A ACTOR - Dazed & Confused 한국판, 2009년 6월호 중에서. [본문으로]
  1. 2009/10/10 22:06 [Edit/Del] [Reply]
    안그래도 공짜표가 생겨서 볼려고 하는 영화인데..ㅎㅎ
    후회없는 선택이겠죠?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0 22:15 [Edit/Del]
      까칠이님, 정통 멜로까지는 아닌데 그래도 부담 없이 보실 수는 있을 겁니다. :-)
  2. 2009/10/10 22:27 [Edit/Del] [Reply]
    좋은 영화평입니다.
    노출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
  3. 2009/10/10 23:15 [Edit/Del] [Reply]
    공짜표가 생겨서 저도 한번 볼까 다른 사람줄까 생각중인데...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1 20:50 [Edit/Del]
      Fallen Angel님, 들리는 이야기로는 여성들에게 더 어필할 듯한 영화라고 하네요. 그래서 유독 끌렸던 건지도? ^^;; 잘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4. 2009/10/11 23:54 [Edit/Del] [Reply]
    영화 참 좋았습니다. 허진호 감독 작품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처럼 드라마적인 완성도를 뽑아낸다면 남성 관객이라고 해서 멜로 장르를 멀리 할 이유가 없겠죠.

    상영관이 텅 텅 비어있던데 극장가에서는 금방 내려올 것 같아서 좀 안타깝기도 하네요. TV의 막장 드라마에는 그렇게들 열광을 하면서 말입니다. -_-a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뭘까요? ^^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2 22:01 [Edit/Del]
      배트맨님, 극의 흐름은 좀 호오가 갈리겠지만... 저에게는 꽤나 유효했습니다. 전 아마 이 영화가 흥행을 못 하면 정말 슬퍼질 것 같아요. 물론 흥행을 제 생각대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
  5. 2009/10/12 00:11 [Edit/Del] [Reply]
    그랬나요? 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허진호가 장률 감독의 [중경]을 닮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였는데, 솔직히 후반부로 갈 수록 힘이 빠지는 듯 해서 개인적으로는 약간 실망이었어요. 언제부턴가 허진호 영화는 전반전과 후반전이 극명히 갈리는 양상을 보이네요.

    둘의 호텔 장면은 [외출]을, 메이가 병원에 입원한 장면은 [행복]을, 마지막 메이가 자전거 타는 장면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시켰더랍니다. 쓰촨 지진에 대한 사회성을 가미한 것 외에는 전의 것들을 답습하는 데에 머물고 있는 듯해서 조금 힘 빠졌네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2 22:02 [Edit/Del]
      르네군님, 안 그래도 허진호 감독 전작들을 챙겨 보려던 차였는데 잘 모르겠다 싶으면 르네군님께 함 여쭈어 보면 되겠군요 :-) 확실히 허진호 감독의 전작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심심하게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 들리는 얘기로만 들어 봐도 말이죠 ㅎㅎㅎ
  6. 2009/10/12 11:20 [Edit/Del] [Reply]
    정우성씨 출연한 작품이군요. 갠적으로 정우성씨 참 좋아하는데. 영화 보고 싶군요. ^^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2 22:03 [Edit/Del]
      Deborah님, 시사회에서 여성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어내기도 했지요.(직접 무대인사를 왔거든요) 확실히 실제로 보니 잘생기긴 잘 생겼습디다. 랄까 제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닌 게 좀 아쉽지만요 (제가 가장 낯간지러워하는 사람이 정말 완벽한 타입의 남자라서 -_-)
  7. 2009/10/12 11:30 [Edit/Del] [Reply]
    헉...첫번째사진보고...쥬얼리 김정아인가요? 길 애인..ㅋㅋ
    닮아서 깜짝놀랐네요..으으..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2 22:04 [Edit/Del]
      머니야님, 아 박정아씨~ㅋㅋ 지금 포스터 다시 보니 그 분위기도 있긴 한데 묘하게 다르지요. 극중에 '사천미녀'란 말이 나오는데 그 말이 틀리지 않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
  8. 2009/10/13 14:25 [Edit/Del] [Reply]
    이름이 조금 어렵다 했는데 중국인이었나봅니다.
    영화 본지가 언제인지~~ Orz 혼자 한번 가볼까요~~ ^^;;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4 21:31 [Edit/Del]
      MindEater님, 한자로는 高圓圓이라고 쓰고 가오위안위안이라는 중국식 발음으로도 불립니다. 어떻게 표기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네요 ㅎㅎ 전 그냥 고원원으로 썼는데, 가오위안위안은 좀 발음하기가 -_-ㅋ
  9. 2009/10/13 16:48 [Edit/Del] [Reply]
    여자친구하고 가면 참 좋을 듯한 영화인데...

    아직 쏠로라서.. 심히 마음이 더 숙연해지는..;;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4 21:34 [Edit/Del]
      Mr.번뜩맨님, 어이쿠 그런 아픈 상황이 ㅜ_ㅜ;; 왠지 동질감이 듭니다. 쿨럭..
  10. 2009/10/13 17:45 [Edit/Del] [Reply]
    요즘 <호우시절>에 대한 글들을 많이 보는데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거 같아요..^^
    이거 직접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네요..
    고원원도 보고싶고.. ㅋ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4 21:36 [Edit/Del]
      반디님, 하긴 그렇겠단 예상은 조금 했네요. 시사회 때도 엄청나게 갈렸거든요. 주변에서는 정우성 영어발음이 이상하니 이런 얘기도 있었고요 ㅎㅎ 전 별 어색한 게 없다 느꼈지만요.
      이야기를 듣자니 [정승필 실종사건]에 밀리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음. 좀 난감합니다.
  11. 2009/10/13 21:03 [Edit/Del] [Reply]
    음 아직 전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첫 문장을 보고 이런 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Life is) N(ot) ever, (but Love is) for ever..


    .....뻘짓인가 ㄱ-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4 21:38 [Edit/Del]
      ZeroMania님, 아 역시 제로마니아님 천재라능! 좀 묘하게 방향이 반대로 가지만, 댓글 읽어 보니 그럴 듯도 싶은 생각이 문득 드네요 :)
  12. 2009/10/14 00:13 [Edit/Del] [Reply]
    호우시절이 이웃블로거분들 사이에 인정을 받는군요.저 사실 정우성씨 완전 싫어해서 건너뛰려고 했거든요.ㅜㅠ 편견을 확 접어버리고 한번 봐야겠습니다.허진호감독만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면이 많아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긴했어요.ㅠㅠ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4 21:39 [Edit/Del]
      필그레이님, 아마 멜로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냥 넘어가기 힘들걸요. 정우성은 저도 크게 취향은 아닙니다. 너무 완벽해서 되려 거부감이 조금씩 든다고 해야 할지...-_- (그래서 영화에서 고원원이 더 많이 보였죠) 그래도 이 영화에서는 멋지더군요.
  13. 2009/10/15 16:29 [Edit/Del] [Reply]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비
    그럴때를 알고 준비하는 이가 성공하지 않을까 싶네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5 22:43 [Edit/Del]
      MORO님, 아 역시 모로님 여기서도!! 명언을 하나 남겨 놓으셨군요. 좋~습니다 ㅎㅎ
  14. 2009/10/18 07:40 [Edit/Del] [Reply]
    다음주 주말쯤 보려고 하는데, 그때가지 개봉 하겠죠? :p 워낙에 평이 좋고, 가을은 사랑하기에 좋은 계절이니까 하하.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9 21:42 [Edit/Del]
      딸뿡님, 첫주에 12만인가를 찍었더군요. 이거 영 불안합니다 ㅠㅜ [정승필 실종사건] 같은 영화는 마케팅 잘 받아서 어느 정도 흥행하고, 이 영화는 서포트를 못 받고 -ㅅ-;; 아이러니한 풍경이에요.
  15. 2009/10/19 11:09 [Edit/Del] [Reply]
    마지막 자전거 타는장면 가슴이 애리더군요...
    오랜만에 괜찮은 멜로영화를 만났습니다.
    좋은 리뷰 잘 읽고 갑니다.
    (근데 트랙백이 왜 전송이 안될까요 ㅡㅡ;;)
    • OpenID Logo 진사야
      2009/10/19 21:43 [Edit/Del]
      몬스터님, 어라 제대로 달아 주셨는데요? 네 개나 달아 놓으셔서 하나만 남기고 모두 쳐냈습니다. 텍큐가 은근히 트랙백이 좀 불안정하군요 T_T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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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국제영화제 JIFF, 인디스토리, 상상마당

무겁지 않게 즐기는 돈의 향연
 <황금시대>는 제목에서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돈(money)을 주제로 한 10편의 에피소드가 쉼 없이 돌아가는 옴니버스 영화다. 각 에피소드 속에서 비춰지는 돈은 빳빳한 초록빛 지폐가 되기도 하고, 잔뜩 낡아빠져 어디선가 구심점을 잃고 떠돌기만 할 수도 있는 10원짜리 동전이 되기도 하며, 언젠가 쓰임받기 위하여 꽁꽁 모셔져 있는 은빛 동전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무형적인 존재로 변신하여 시종일관 우리를 압박하고 있기도 하는 돈의 존재를 열심히 따라가는 10편의 이야기. 이들은 일관된 주제 하에 각기 다른 방향의 장르로 뻗어나간다. 뮤직멜로에서부터 이슈드라마까지, 공포특급부터 격정의 청춘영화까지.


<유언 Live> 중에서 | ⓒ 전주국제영화제 JIFF, 인디스토리, 상상마당

 최익환의 <유언 Live>는 돈을 잃고 자살을 시도하려는 두 남자가 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을 생중계하기로 다짐하고 실천에 들어가는 이야기의 영화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카메라는 한 곳에 결박되어 있고 그 앞에 선 두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므로 한 편의 짧은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인상을 주며, 진지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자살 시도 장면은 앤디 라일리의 <자살토끼>를 연상시키기에 쓴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남다정의 <담뱃값>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일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일 사이의 격차가 빚는 위선의 그림자를 지독하리만치 따라간다. 일정한 보답을 주고 불법적인 상황에 학생을 내맡기는 여기자(김은주)가 나오고, 이 여기자는 카메라로 그 현장을 찍어 방송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정작 실제상황이 닥쳤을 때에는? 가차 없이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위선의 섬뜩함을 본다. 아무런 변명의 여지를 남겨 놓지 않기에 섬뜩함은 더욱 배가 된다.


<동전 모으는 소년> 중에서 | ⓒ 전주국제영화제 JIFF, 인디스토리, 상상마당

 권종관의 <동전 모으는 소년>은 종이 지폐 하나에 배반당한 무수한 동전들의 반란을 담았다. 사용처를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떨어진 동전을 주워 모으는 소년(기파랑). 드디어 그 동전의 사용처를 정하고 설레어하지만, 그 무수한 동전들은 폼이 안 난다는 이유로 녹색 빛 지폐에게 이내 TKO패를 당하고 만다. 이런 불편한 진실이 까발려진 이후 휙 하고 지나가는 라스트신은 제법 흥미로운 반란의 꼴을 갖추고 있다. 내 가치도 들여다 봐 달라. <동전 모으는 소년>이 부르짖는 메시지다.

 이송희일의 <불안>은 주식으로 돈을 날린 남편(박원상)을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영화다. 대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싶을 정도로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신, 아내의 낯빛 표정이 그 자리를 충실히 메워나간다. 아내 역을 맡은 박미현의 내공이 얼핏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불안>은 온 얼굴에서 표현되는 불안의 아우라가 얼마나 큰 파장을 남길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증명하는 단편이다.


<톱> 중에서 | ⓒ 전주국제영화제 JIFF, 인디스토리, 상상마당

 <담뱃값>이 현실과 얽힌 공포를 그대로 갖다 꺼내 놓았다면, 김은경의 <톱>은 약간의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공포를 선물한다. 목적을 밝히지 않고 톱을 사려는 여자(주은)가 등장하고 철물점에서 일하는 남자(유연석)는 그녀에게 톱을 팔아야 한다. 영화는 여자가 왜 톱을 원하고 어디다가 쓰는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관객들은 톱의 사용처에 대해서 눈치를 어느 정도 챌 테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쓸데없는 이야기나 효과를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극을 잘 이끌어나가며, 오소소소 소름을 돋게 하는 매력이 존재한다.

 양해훈의 <시트콤>은 TV드라마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공간 안에서 아웅다웅 부대끼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철거민과 관련된 설정이 바깥에 깔리고 복수극의 형태를 끼고 있지만, 이야기는 그저 피식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자꾸 흘러간다. 만약 이 단편을 한 마디로 정의하여 아이러니라고 한다면, 바로 이런 극의 속성 때문이리라. 서큐버스(크레딧에서는 악마라고 나온다만) 코스츔을 하고 등장하여 재미있는 인상을 남기는 소유진의 모습이 반갑다.


<신자유청년> 중에서 | ⓒ 전주국제영화제 JIFF, 인디스토리, 상상마당

 채기의 <가장 빨리 달리는 남자>는 노숙자의 일상을 다룬다. <황금시대> 속의 단편들 중 돈의 영향력이 가장 적게 느껴지는 단편이자 유일한 흑백 단편이다.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연상시키는 극의 꼴이 약간 김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런 약점에도 열심히 움직이는 남자(조성하)의 모습으로 인해 힘을 받는다.

 52주 연속 로또 당첨자의 환희의 일면과 나락의 일면을 동시에 보여 주는 윤성호의 <신자유청년>은 (있는 자에게 약하고 없는 자에게 강한)돈의 이중인격을 시종일관 유쾌한 방향으로 보여 준다. 화려한(!) 엑스트라의 향연으로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지만, 이 단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바로 주인공 임경업(임원희)의 행각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되어 가느냐다. 다소 낯선 다큐멘터리 형식의 단편 속에서 임경업의 행각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Penny Lover> 중에서 | ⓒ 전주국제영화제 JIFF, 인디스토리, 상상마당

 김성호의 <Penny Lover>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다른 단편들과 달리 오로지 서정적인 분위기로만 밀고 나가는 단편이다. 얼핏 보면 통속적인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따로 떨어진 섬처럼 유달리 눈에 띈다. 이런 속성이 자못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하지만, 남들에게는 천대받지만 자신에게 소중한 십 원짜리 동전을 통해 추억의 언저리를 건드리는 모습이 흥미를 자아낸다. 동전에 대한 추억이 하나라도 있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으리라.

 김영남의 <백 개의 못, 사슴의 뿔>은 서로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 노동자 미숙(조은지)과 사장(오달수)의 기묘한 관계를 다룬다. 채무 문제에 대한 대담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덧 만담이 되어 버리고, 그 뒤로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진다. 한 쪽은 돈을 원하고, 다른 한 쪽은 돈을 주지 못하는 상황. 좋든 싫든 한 배를 탄 신세가 된 두 사람의 모습이 김영남 감독의 전작 <보트>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백 개의 못, 사슴의 뿔> 중에서 | ⓒ 전주국제영화제 JIFF, 인디스토리, 상상마당

 전체적으로 돈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허구를 짚는 경향을 띠고 있어 아이디어 부족이라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한다. 돈의 다른 일면을 비추기 위한 애초 목표는 꽤 잘 살리고 있는데다 각자의 가는 길이 완곡하여 이런 의심이 어느 정도 가려지기는 하지만, 그 틈바구니 속에서 유일하게 서정성 하나만 가지고 열심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Penny Lover>를 생각해 보면 또 다른 아이디어에 대한 충분한 지원사격 역시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인상을 남겨놓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각 단편들 간의 질 편차가 적은 편이고 현대 한국사회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세계관을 흡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체적으로 힘을 빼고 접근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는 관객들에게 분명 이점으로 작용하는 점이다. 무겁게 흘러갈 소지가 있음에도 편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돈 맛’을 원 없이 즐겁게 접하고 싶은 관객에게 <황금시대>는 분명 가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 ★★★☆ (Rate 7.0)
(2009.09.17 / zinsaya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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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4 00:55 [Edit/Del] [Reply]
    표지보고 얼삣 유승호인줄 알았네요.ㅎㅎ
    • OpenID Logo 진사야
      2009/09/24 19:36 [Edit/Del]
      Yasu님, [동전 모으는 소년]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기파랑 군입니다. 귀엽게 생겼죠 :-) 옆에는 [백 개의 못, 사슴의 뿔]에서 사장 역으로 나오는 오달수 씨이구요.
  2. 2009/09/24 17:35 [Edit/Del] [Reply]
    저는 개인적으로 <불안>이 참 좋았습니다.
    박미현씨던가요, 암튼 여배우의 표정이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9/24 19:37 [Edit/Del]
      몬스터님, 아 그 표정. 어우. 살벌했어요. 워낙 강렬해서 다른 건 전혀 안 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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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들의 소망

 차디찬 돌로 만들어진 작은 산에 갓 꺾은 앙상한 나뭇가지를 심는다. 물론 우리는 그 공간에서 무성한 나무가 곧바로 만들어질 리 없다 할 테지만, 이 나무를 심은 두 아이의 마음은 세파에 찌든 이들의 생각과 격을 달리한다. 이 나뭇가지는 실체의 모습을 뛰어넘어, 아이들이 심는 그 나뭇가지는 소망을 담은 상징적인 매개체다. <나무없는 산>은 바로 이 아이들이 꿈꾸는 소망의 결정체를 그러모아 만들어진, 건조하면서도 빛나는 영화다.

 이 결정체를 쌓아올리는 두 자매 진(김희연)과 빈(김성희)은 낡은 집에서 엄마(이수아)와 살고 있음에도 그 순간이 마냥 소중하다. 매번 옆집에서 빈을 데려와야 하는 것을 깜박 잊고 있다가 옆집으로 되돌아가고(진), 밤마다 이불에 소변을 흘려 키를 쓰고 소금을 받아와도(빈) 엄마만 곁에 있으면 세상에 무엇 하나 슬픈 것이 없는 아이들.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가 아빠 찾으러 간다더니 사라졌다. 허겁지겁 버스를 타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돼지저금통에 십 원짜리 동전들을 가득가득 채워 넣어도 엄마는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 상황을 두고 사회 물 좀 먹었다 하는 관객들은 일관된 답을 내놓을 테지만, 스크린 속에 투영되는 진과 빈은 이 일관된 답을 모른다. <나무없는 산>의 카메라는 그저 돼지저금통이 꽉 차면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약속을 툭 내던져 놓고 그 흐름을 따라간다. 엄마 언제 오냐는 빈의 질문에 “안 와, 바보야” 라고 퉁명스레 말을 뱉는 것도 일시의 투정어린 모습일 뿐. 음악 하나 없이 90분 가까이 흘러가는 이 모습을 바라보며 모종의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영화는 아이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힘을 얻는다.


ⓒ With Cinema

 이런 시점으로 인해 극단적인 신비감을 유발하는 결정체가 바로 영화 속 진과 빈의 클로즈업이다. 가장 가까운 위치까지 좁혀지는 시야 속에 유독 크게 드러나는, <렛 미 인>에서 황량한 창문이나 벽을 톡톡 두드리던 오스칼의 모습을 닮은 아이들의 눈망울 위와 얼굴 위에 드러나는 그 시선은 건조함 속에서 반짝이는 매력이 있다. 다소 현실적인 시선에서 붕 떠 있는 상황들로 관객들을 한 번쯤 망설이게 하다가도 <나무없는 산>은 차가운 벽에 내쳐진 진과 빈의 모습을 끌어와 이내 관객의 시선을 다시 잡아채온다.

 이모(김미향)의 집 근처에서 정처 없이 떠돌다 또 다른 피신처인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집에 도착한 진과 빈의 모습을 비추며 카메라는 조용히 그 무대에서 퇴장한다. 그래서 진과 빈은 어떻게 됐을까. 이런 질문을 살짝 품어봄 직도 할 텐데, 한 가지 단서가 되는 것은 그럼에도 진과 빈의 소망은 어디 가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산으로 올라가고 싶어, 산 뒤로 내려오고 싶어, 강에서 헤엄치고 햇볕 쬐고 모두에게 잘 하고 싶어” 라며 부르는 마지막 장면의 노래에서 그것이 증명되지 않던가. 하긴 그 소망이라도 없으면, 세상을 살아갈 힘이 남아나지 않겠지만. ★★★★ (Rate 8/10)
(2009.09.01 / zinsayascope.com)

  1. 2009/09/02 02:50 [Edit/Del] [Reply]
    리뷰 써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난 뒤 처음 느낀 가슴 짠한 인상만 남아 있어요; 개봉관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고 그래도 다행히 보셨나 봐요. 아무튼 기회가 있으면 꼭 스크린에서 다시 보고 싶어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9/03 20:11 [Edit/Del]
      인생의별님, 대략 20개관인가요? 롯데시네마 아르떼에 걸린 것 때문에 나름 편하게 봤습니다. 문제는... 상영관에 혼자 앉아서 봤다는 ㅠ_ㅠ
  2. 2009/09/02 11:23 [Edit/Del] [Reply]
    이 영화는 보지 못했네요.. 다른 글 적을게 많다보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저도 꼭 한번 봐야겠습니다... 아마도 극장에서는 힘들 것 같고.. DVD로 풀리면 봐야될 것 같네요 ㅠㅠ
    • OpenID Logo 진사야
      2009/09/03 20:12 [Edit/Del]
      무비조이님, 상영관 수가 너무 적죠. 이런 영화들은 좀 더 알려져도 될 텐데 말이에요 ㅎ
  3. 2009/09/02 15:43 [Edit/Del] [Reply]
    진과 빈은 진사야님의 말씀처럼 소망을 가지고 힘차게 살아가고 있겠죠...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
  4. 비밀방문자
    2009/09/10 14:32 [Edit/Del]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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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학원 (2009)

Posted at 2009/08/28 19:11// Posted in 영화담론/긴 영화리뷰

ⓒ 오퍼스픽쳐스, 유나이티드픽쳐스(주), 싸이더스FNH

방향도 제대로 못 잡은 졸렬한 호러
 여섯 명의 여인이 도심 속 비밀스러운 요가학원에 모인다. 그녀들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이 공간 안에 발을 들이밀었다. 슈퍼우먼 증후군, 거울 중독증, 다이어트 강박증, 성형 증후군, 신데렐라 징크스, 그리고... 존경심이 낳은 강박. 몸을 뒤틀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7일간의 심화수련을 거쳐 얻을 수 있는 건 완벽한 아름다움. 잠깐, 완벽한 아름다움이라고? 이거 뭔가 수상하다. 왜 그녀들은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걸까. 윤재연 감독의 <요가학원>에게 던지는 첫 질문은 바로 이것이 될 게다. 이 질문은 영화의 아킬레스건을 가장 민감하게 건드리는 질문이기도 하다.

 초장부터 ‘매혹적인 공포’를 표방하고 있는 <요가학원>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장소는 바로 베일에 싸인 한 요가 수련원이다. 사적인 연락이 일절 닿을 수 없고, 간판 하나 달려 있지 않으며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 등이 증명하듯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간미희 요가학원은 특유의 폐쇄성이 짙게 드리워지는 공간이다. 폐소공포가 가장 유효하게 먹힐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공간인데, 이 장점은 이미 며칠 전 개봉한 <불신지옥>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휴대전화의 불빛이 닿을 수 있는 공간만 볼 수 있다는 설정 하에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했던 그 지하실 추적 장면을 떠올려보라. 온전히 볼 수 있는 영역이 한없이 좁아진 순간 스멀스멀 그 정체를 드러내는 폐소공포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요가학원>은 이 공간이 주는 가장 큰 특징을 뒤로 하고 에둘러 먼 곳까지 나아간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을 쓰지 않고 그다지 좋지도 않은 다른 방법을 썼다는 소리다. 그 다른 방법이란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이 부르는 공포를 매혹적으로 표현하겠다는 것인데, 배경인 요가학원의 특징을 떠올려 보면 어이없는 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꽁꽁 감춰진 공간이라는 설정에 비해 보이는 요가학원 내부 공간은 너무 넓고 멋지다. 이런 비주얼을 곁들인 것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이 각본상에만 투영되는 것이 아닌, 영화의 비주얼에까지 과하게 투영된 느낌이다.


ⓒ 오퍼스픽쳐스, 유나이티드픽쳐스(주), 싸이더스FNH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피칠갑 효과와 귀신 효과가 가세되었다. 비밀수련을 거치면서 스스로 미쳐 가는 수련생들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었겠지만, 그러자면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폐쇄된 공간에 갇힌 갑갑함을 더 깊게 표현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안타까운 건 이런 모습을 표현하면서 과하게 환상장면(으로 추정되는 장면들)을 끼워 넣었다는 것인데, 영화 속에서 노출되는 어두운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굳이 환상장면을 넣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표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적외선카메라가 비추는 분위기 사이로 깔리는 섬뜩한 벽지 이미지들이 오싹함을 유발했던 <오펀 : 천사의 비밀> 속 에스더의 방처럼 말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을 표현한다는 목적도 다소 애매하다. <요가학원>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들은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것보다 각자 품은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이 더 드러나는 캐릭터들이다. 가령 이야기의 시점을 끌고 나가는 효정(유진)의 모습을 보자. 한 순간에 예쁜 후배 쇼호스트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줬고 그에 대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다. 이것 때문에 미모에 강박을 느끼게 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왜냐고? 효정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미모에 대한 강박이 아닌, 완벽하게 보이고 싶은 자신의 마음이 만든 강박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증후군(Syndrome). 요가학원 비밀수련에 참가하는 것보다 신경정신과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효정을 제외한 다른 비밀수련 참가자들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참가자들 모두 자신의 고민과 목적을 갖고 간미희 요가학원에 들어왔지만, 목적은 있으되 뚜렷한 동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비밀수련 첫날 심신 안정 과정을 통해 동기가 어느 정도 드러나긴 하지만 왜 꼭 요가학원을 택해야 했을까?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떠돈다. 특히 식탐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인순(조은지)이나 성형에 대한 욕구를 다스리지 못하는 유경(김혜나)의 모습을 놓고서는 외적으로 할 말이 정말 많았을 텐데 (메가폰을 잡은 윤재연 감독이 여성 감독이라 더더욱!) 그런 것들이 모조리 생략되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각본이 다소 불친절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캐릭터를 알 수 있는 여지는 제공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 오퍼스픽쳐스, 유나이티드픽쳐스(주), 싸이더스 FNH

 그러니까 결론짓자면, 애초에 방향 자체를 잘못 잡은 영화가 <요가학원>이다. 폐쇄적인 요가학원이란 호러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꽤나 근사한 소재이언만, 그 소재를 제대로 이끌어 나가지 못하니 왜 하필 요가학원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이 영화를 보면 올해 가장 나쁜 영화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요가학원>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지만, 그 의미가 결코 좋은 방향이 아니기에 의미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언제쯤 이런 과한 강박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한국 호러영화들이 풀어야 할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BOMB (Rate 0/10)
(2009.08.28 / zinsayascope.com)

  1. 2009/08/28 19:24 [Edit/Del] [Reply]
    이거 보고 부운영자 글 쓰는 친구가 전화해서 투덜투덜 되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대부분 언론사에서 이 영화 리뷰 아니면 소개 글이 나올때 실랄하게 비판한 글의 거의 없어서.. 그래도 좀 괜찮을려나 하고 본 부운영자가 노발대발하더군요...

    하여튼 낙제점 정도가 아니라.. 역시 한국공포영화는 안되 이런 인식만 더 심어준 영화가 되었습니다...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28 19:36 [Edit/Del]
      무비조이님, <불신지옥>은 확실히 예외죠. 차라리 이걸 두 번 보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요가학원>은 참 ㅡㅜ 사실 처음에는 궁금한 영화였다가 안 좋단 소리를 듣고 기대를 접었었는데, 리뷰들을 읽어 보니 오히려 구미가 당겨서 결국 보게 됐습니다. 보고 나오면서 그저 웃음만 나왔어요. 꺄하하하하하하 -_-
  2. 2009/08/28 20:40 [Edit/Del] [Reply]
    예상대로 혹평을 면할 수 없는 영화로군요.
    영화를 보지도 않고 판단한다는 것은 상당히 바보같은 짓이지만
    '안봐도 비디오'느낌의 영화가 자꾸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단순히 여름이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이 과연 한국영화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31 10:29 [Edit/Del]
      Raignman님, 말씀하신 그대로가 아닐까요. 호러영화가 실질적으로 잘 먹히는 기간이 주로 여름이기 때문에 주로 이 시기에 쏟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유독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지요. 생짜 신인을 거리낌없이 기용하는 무대로 호러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어찌 보면 위험하기도 하고요. 어떤 장르든 그 장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지만 호러 같은 경우에는 그런 성향이 더 짙은 편이죠.
  3. 2009/08/28 20:50 [Edit/Del] [Reply]
    공포영화는 원래 다 좋아해서리 이것도 그냥 보고 싶은...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31 10:30 [Edit/Del]
      Fallen Angel님, 굳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나름 의미는 있어요. 위에 적은 대로 '올해 최악의 영화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는 관점에서는요. 허나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4. 2009/08/29 00:57 [Edit/Del] [Reply]
    야~~~뽀스타가 강렬하군요,,,하하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31 10:31 [Edit/Del]
      백마탄 초인님, 저 배우들을 데리고 충분히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예요. 대체 왜! 왜! 왜!
  5. 2009/08/29 03:01 [Edit/Del] [Reply]
    역시나 이 영화도..... 불신지옥은 포스터....가 기억이 안나는데 그것만 보고도 아 이거 재밌겠다 싶었던.... 이 영화는 왠지 유진이라는 스타에게만 기댄 것 같은....:d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31 10:32 [Edit/Del]
      ZeroMania님, 그 외에도 괜찮은 배우들이 참 많았죠. 말씀대로 너무 스타의 힘에만 의존한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드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6. 2009/08/29 09:52 [Edit/Del] [Reply]
    전 진사야님의 레이팅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이건 하하하.. 점수를 주지 않으셨군요. ㅎㅎㅎ
  7. 2009/09/06 16:51 [Edit/Del] [Reply]
    진사야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보면 흘러가는 스토리의 안정성(??)만 너무 강조하여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만 보면 안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그렇게 보는 제 모습을 진사야님의 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가학원>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다시 정리해보려 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다시 정리한 저의 글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9/06 21:06 [Edit/Del]
      시월별이님, 아이구 글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쓰시구서 트랙백 엮어 주시면 바로 읽으러 가겠습니다 ^^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더 감사해야 되겠는데요. 하하.
  8. 2009/09/07 10:42 [Edit/Del] [Reply]
    안녕하세요. 무비조이입니다.

    무비조이에서 오른쪽 항상 따라다니는 아이콘으로 매일 1분의 블로그 글을 추천해서
    링크 시켜드리는 서비스를 베타테스트 중에 있습니다.

    오늘의 진사야님의 <요가학원> 글을 선정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링크 걸리게 됩니다.

    무비조이 사이트 http://www.moviejoy.com 을 방문하시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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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업 (Bandslam, 2009)

Posted at 2009/08/27 22:18// Posted in 영화담론/긴 영화리뷰

마음껏 날지 못하는 10대 음악영화
 10대 청춘들이 한데 모여 밴드를 결성하고, 음악을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한다. 여기에 밴드 간의 경합이 곁들여진다. 상상만 해도 근사할 것 같지 않은가. 특히나 그 친구들은 인생 중 가장 겁이 없을 시절을 거쳐 가고 있지 않은가. <드림업>은 바로 이 혈기왕성한 시기를 보내는 친구들의 밴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한 편의 음악영화다.

 영화는 데이빗 보위를 인생의 멘토로 설정한 음악소년 윌(갤런 코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동급생 샘(바네사 허진스)을 만나 이야기를 트는 과정, 보컬 샬롯(앨리슨 미칼카)과 친구들을 만나 밴드를 결성하고 매니저로 활동하는 과정 등이 열심히 펼쳐진다. 여기에 밴드슬램(Bandslam)이라는 전국 학교 밴드 대항전이 멍석으로 깔린다. 그러나 여기서 밴드슬램이 큰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마시길. <드림업>은 밴드슬램의 준비 과정이나 진면목을 보여주기보다 막 결성된 어느 밴드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다루는 데에 더 신경을 쓰고 있으니까.

 이렇다 보니 원제에서 물씬 풍기는 밴드슬램의 진면목을 엿볼 수는 없다. (어쩌면 '드림업'이라는 번역제가 조금 더 영화와 어울릴 수도 있다) 목표는 밴드슬램이지만 카메라는 윌이 매니저로 활동하게 된 밴드 ‘I Can't Go On I'll Go’에게 내내 고정되어 있고, 그 주변을 빙빙 도는 밴드들과 친구들이 소개되지만 얄팍한 소개나 주변 관계 설명 정도에 머문다. 그렇다면 주력하고 있는 윌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좋은 편일까? 안타깝게도 그것 또한 아니다. 이야기의 전개가 예상 가능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 음악의 주체가 정작 마음껏 날지는 못한다.



 앞서 공개되어 관객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는 <원스>나 <로큰롤 인생>이 의미있는 것은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뿐만이 아니었다. 이 두 공간 안에서는 소소한 열정들이 빛나고, 캐릭터들은 그 열정을 기반으로 시종일관 아름답게 날아다닌다. 가령 <로큰롤 인생>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한 할아버지가 자유롭게 다닐 수 없음에도 음악을 계속 찾는 모습에서는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원초적 애착이 느껴지고, 이는 그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각인시킨다. <원스>는 또 어떤가. 글렌 한사드가 연기한 길거리 기타리스트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음악을 즐기는 것 그 이상의 예술적 열정을 느낀다. 그것이 아주 잠깐의 관심을 끈다 하더라도 그러거나 말거나, 목숨처럼 아끼는 어쿠스틱 기타를 끌어안고 금방이라도 날 태세였지 않은가.

 물론 <드림업>에서도 왕성한 청춘의 혈기를 읽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을 음악에 대한 이야기로 돌려 생각해 보면 큰 진폭이 느껴지지 않는다. 윌의 엄마(리사 쿠드로)가 시시콜콜 윌의 사생활에 끼어드는 것처럼, <드림업>은 멋지게 끝나야 한다는 것에 대한 강박이나 함량미달의 밴드 멤버들을 잘 꾸며내야 하는 것에 대한 강박 등에 내내 매몰되어 있다. 보면서 와! 저 사람들 정말 멋지다! 라는 생각보다 나름 열심히 하네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 빠져나온 모습이 바로 밴드슬램에서 공연을 하는 후반부 장면이겠으나, 아쉬운 건 그 전 과정이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소재 자체는 좋았지만 <드림업>은 그 소재만큼 매력을 뽐내지 못하는 결과로 수렴된다. 특히나 이 영화의 스코어를 채우고 있는 음악들은 절로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장점을 두루 갖춘 곡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다소 덜컹거리는 이야기 와중에도 근사한 노래 실력을 뽐내는 바네사 허진스의 모습 역시 마찬가지. 그 음악과 배우들에게 마음 놓고 뛰어놀 자리를, 지금보다 더 넓게 마련해 줄 수는 없었을까. ★★ (Rate 4.0)
(2009.08.27 / zinsayascope.com)

  1. 2009/08/28 01:09 [Edit/Del] [Reply]
    국가대표 보려다가 앞부분 예고편을 봤는데 그 짧은 순간 느낀 게

    '아 이영화는 冥했구나(.....)'

    느낌이 안오더라구요-_-a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28 19:36 [Edit/Del]
      ZeroMania님, 어 그래요? 저는 예고편을 보고 나름 기대를 품고 있었더랬습니다. 무려 바네사 허진스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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