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선 좋은 잡지를 리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이글루스 측에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사실 시사in이라는 잡지를 제대로 펼쳐 본 건 이번이 처음 기회였다. 이전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영 시사전문지 하면 딱딱하다는 느낌부터 먼저 들어 잘 펼쳐 보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아, 물론 한겨레21 같은 잡지는 종종 펼쳐 봤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맛배기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가 생겨 시사in에 대한 리뷰를 하게 되었고, 그 결과로 시사in을 본격적으로 탐구할 기회가 생겨났다. 정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정통 시사 주간지라. 과연 그 캐치프레이즈에 올곧게 답하고 있을까? 찾은 해답은 바로 잡지 속에 있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상위 언론사들이 보수를 지향하고 있는 데 반해, 시사in과 같은 언론은 그 반대인 진보 노선에 서 있다. 그 사실에 대해서 모르더라도 상관없다. 잡지를 펼치는 순간 그 느낌을 바로 알게 되니까. 모든 잡지가 그러하듯 잡지 특유의 고유색이 존재하는데 시사in 역시 꽤 강렬한 고유색을 지니고 있다. 시사저널 사태 등의 풍파가 그 잡지를 얼마나 독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잡지 안의 내용은 어딘가 모르게 물렁물렁하다가도 금세 날카로운 칼이 되어 독자들 앞에 다가온다. 독기를 품고 있다가도 어느새 다정하게 다가앉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다가도 독기 품은 모습으로 달려든다. 이거 물건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시사in만의 컨텐츠라는 느낌이 확 들어오는 기획기사들이 많다. 예를 들어 이번에 리뷰할 잡지에 수록된 커버스토리 「대운하가 아니어도 일자리는 많다 - 세상을 바꾸는 소박한 일터」를 보자. 로컬푸드와 친환경, 문화예술 부문으로 나누어 각 3~4곳 가량의 소박한 일터들을 소개한다. 불황의 틈바구니 속에서 꿋꿋이 선전하고 있는 '그 때 그 소박한 사람들' 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란다.
기사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더 놀라웠던 건 수록된 사진에 가득 담긴 일터 사람들의 웃음이다. 올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이니, 불황이니, 환율 문제 같은 어두운 이야기의 이면을 다루고 있는 기사임에도 기사 자체가 어둡게 흘러가거나 심각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마치 이것이 얼터너티브(Alternative : 대안)의 색다른 맛이라고 알려 주듯이 말이다. '저게 뭐야, 비현실적이잖아!' 라는 반항도 있을 수 있겠지만 기사의 내용은 그런 반응에 쓸려가지 않는다. 저널리즘의 당연한 권리이자 언론이 서 있는 일차적 이유를 잘 살리고 있는 커버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다. 커버스토리임에도 범위가 다소 좁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지만, 이 정도면 커버스토리로서 손색이 없다.
또 눈길이 간 기사가 있다. 바로「나를 속인 마트, 이제는 안녕 - 기자 체험 끊고 살아보기 1탄 : 대형 마트」이야기다. 바로 집 앞에 대형마트가 있고, 재래시장이 제 살 길을 잃고 있는 이 때, 매우 흥미로운 기사다. 타이틀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읽다 보면 절로 마트와 재래시장, 혹은 마트와 동네슈퍼를 비교하게 된다. 아직 마트보다는 동네슈퍼가 더 익숙한 필자지만 왠지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공감대를 돕고자 기사에서는 마트의 물건과 동네슈퍼의 물건을 비교하는 등의 공을 들여 놨다. 어쩌면 '나도 저렇게 해 볼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이런 데서 오는 묘한 설득감이 아닐는지.
「파업 동참 방송인 6인의 편지 - 이명박 대통령님, 답장 주세요」역시 인상적이다. MBC, KBS, SBS, CBS, EBS, YTN을 대표하는 여섯 언론인이 동료 언론인이나 누리꾼들, 이명박 대통령, 조.중.동 등을 향해 보내는 편지. 여섯 편지 모두 재미났지만 그 중에서 특히 기억나는 편지를 하나 꼽자면 EBS 김진혁 PD가 조.중.동 사장님께 보내는 편지 "진중권의 조선일보" 가 될 것이다. 현재 진보와 보수 계층이 대립하는 이유를 뿌리부터 진단하고, 보수가 보수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진보가 진보로서 제대로 기능하는 방법을 질문한다. 그 틈새에서 현 문제는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데서 나온다는 것을 지적하고, 상대의 기능을 짓누르려 하기 때문에 편향방송 등의 현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용. 이쯤 되면 두 손 두 발 다 들게 된다. 이렇게 치열한 기사라니. 시류에 편승하는 여타 언론의 기사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이런 글을 현 국회의원이나 정당인들이 꼭 봐야 하는데, 과연 몇 명이나 볼까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그 외에도 음식비평 블로그 문화를 진단한「맛있다, 아니다, 누구 말이 진짜일까 - 맛집, 그 논란 속으로」나, 이른바 'MB악법' 저지를 위한 행보가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는 최문순 의원의「작전명 에델바이스, 이틀 전 극비 침투」등 재미난 기사들이 많다. 이런 광범위한 기사들을 통해 최소한 시사in이라는 잡지가 첫인상처럼 딱딱하지는 않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고 있다. 어쩌면 수많은 시사지 중 재미까지 추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잡지로 기억될 수 있겠다. 앞으로의 향방이 더 기대되는 잡지. 시사in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든 나의 생각이다. 문득 묻고 싶어진다. 다음에는 또 어떻게 나를 즐겁게 해 줄 계획이야?
* 이글루스 렛츠리뷰로 송고되었습니다.
(200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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