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인카피가 안티다. 노암 머로의 2008년작 <스마트 피플>을 보고 나오면서 든 생각은 대략 이렇습니다. 그러니까 메인카피가 어떤 거냐 하면 “사랑에도 공부가 필요하다!”죠. 그렇다면 이 사랑이 정작 영화 속에서는 어떤 영향력을 품고 있을까요? 물론 일부는 맞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의 가장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건 문학교수 로렌스(데니스 퀘이드 분)과 의사가 된 ‘옛제자’ 자넷(새러 제시카 파커 분)의 러브라인이니까요. 중년의 교수님과 의사 제자의 사랑이라, 결코 매끈하지 않은 (?)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건 맞긴 합니다. 다만 이 이야기만 메인카피로 굳이 끌어 온 것에 대해서는 어떤 의문이 듭니다.

이 영화가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영화일까요? 답은 뜯어보니까 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게 문제의 시작이죠.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는 바네사(엘렌 페이지 분)와 척(토머스 헤이든 처치)의 관계에서 나오는 이야기만 봐도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랑이라는 개념을 넘어 어떤 ‘일탈’으로부터 시작하는 ‘가르침’ 에 대한 입문서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어디선가 분명 본 듯 하지만 (당연하죠. 우리는 책이든 영화든... 이런 뭔가 부족한 자들의 성장기를 너무나 많이 봐 왔습니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눈여겨 볼 만 하죠.

이영화에서 가장 영화가 의도한 가르침이 필요한 자들은 바로 로렌스와 바네사라는, 부녀관계로 얽힌 두 사람입니다. 둘 다 매우 똑똑하죠. 한 사람은 이제 막 정교수로 올라간 문학 교수고 또 다른 사람은 공부를 무쟈게 잘하는 십대 후반의 소녀입니다. 굳이 엄친딸이나 엄친아 같은 신형 단어들을 떠올리지 않아도 쳐다만 봐도 딱 저 사람들은 매우 똑똑하구나 싶습니다. 문제는 이 친구들 (여기서부터 나이 상관없이 주인공들을 ‘친구들’ 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이 ‘공부만 잘하지’ 다른 것에는 영 서툴단 말이죠.

초반부 자기 차를 주차장에 삐딱하게 세워 놓고 태연작약하며 그냥 가는 로렌스나, SAT를 준비한답시고 자기 아버지의 사고 소식을 전하려 전화한 의사에게 시종일관 시니컬한 자세로 일관하는 바네사나. 잘 하는 것이 명확하지만 반대로 못 하는 것도 명확한 캐릭터 둘을 <스마트 피플>은 정면에 교차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캐릭터들이 ‘알아서 쌓아 놓은’ 철옹성이 (그들에게 있어서는) ‘일탈’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허물어지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죠. 그것도 직접적이 아닌 ‘물들어가는’ 방식으로요. 그리고 이런 ‘일탈’을 돕는 자들이 영화 속 이 두 친구의 파트너인 자넷과 척이 되는 거구요.

<스마트 피플>은 시작부터 끝까지 가능한 ‘소리를 죽이며‘ 조용히 흘러가는 영화입니다. 마치 잔잔한 유속을 따라 흘러가는 종이배와도 같습니다. 크게 자극적으로 와 닿는 게 없어요. 굳이 따지자면 로렌스와 자넷의 러브라인 정도? 그러나 이것도 썩 크게 거슬리지는 않아요. 모든 장면들이 영화 속에서 튀어나오는 분위기와 거의 맞아 떨어져 가며 흘러가며 자칫 이야기에 중량을 심을 수 있는 요소들도 거의 삼갑니다. 영화 속에서 흘러가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의 음악이 영화 속 분위기를 그대로 대변하죠.

영화 속에 이야기를 꾸려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갈등 요소만 심어 놓았고 그 방법론 자체에는 매우 부드럽게 접근해 나갑니다. 물론 그렇다고 영화가 너무 조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조용하지만 숨겨 놓은 갈등 요소를 터뜨릴 곳이 어디인지는 꽤 잘 짚고 있습니다. 여기에 꽤 유효하게 먹히는 코믹 요소가 가미되었기 때문에 과하게 심심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이 코믹 요소의 대부분이 척에게서 나오는 것이긴 하지만요.

가는 길이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다소 신선함이 떨어진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스마트 피플>은 심화 서적이 아니라 어떤 입문서의 개념에서 바라봐야 할 영화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한 번쯤 다시 돌아보고 싶거나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초적인 요소들부터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며 얻어 가는 게 있을 겁니다. 때로는 가장 기초적인 접근법이 꽤 유효하게 먹히는 경우도 있는 법이니까 말이죠. 하지만 이 이상의 무엇을 기대하고 보신다면 약간 아쉬움이 클 수도 있겠습니다.


ⓒ 진사야 / 200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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