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절반의 성취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3년 전이었나. UVERworld(이하 '우버월드')의 음악을 처음 찾아 들었던 느낌을 기억한다. 아마도
「D-Tecnolife」였을 거다. 어떻게 찾아서 들었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날렵하고 강렬한 음색에 취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후에 분통을 터뜨렸다. 대체 왜 이런 좋은 음악들을 한국에서 정식으로 들을 수 없는 거지?
내가 이 분노에 휩싸였을 당시는 우버월드와 비슷한 시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HIGH and MIGHTY COLOR(하이 앤드 마이티 컬러; 이하 '하이카라')의 두번째 정규 앨범이 한국에 막 라이선스로 출시됐을 때였다. 하이카라 음반은 라이선스로 발매되는데 우버월드는 왜 라이선스가 안 나올까? 라는 생각에 마구 툴툴거렸었더랬다.
자, 그 목마름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올 2월 먼저 라이센스로 선을 보인 네 번째 정규 앨범 「AwakEVE」가 우버월드의 존재감을 한국에도 전방위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신호탄이 되었다면, 이번에 발매된 우버월드의 첫 번째 베스트 음반 「Neo Sound Best」는 (소니뮤직에서 내놓은 메인 카피만 보더라도) 명백히 우버월드의 과거와 현재를 대놓고 표방한다. 결성한 지 10년째 되었고 첫 메이저 싱글 「D-Tecnolife」가 일본에서 출시된 것이 2005년 6월의 일이니, 제대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벌써 5년이나 된 이 주목할 만한 밴드의 행보를 하나둘 걸어 나가는 것이 애초 이 베스트 앨범 한 장이 갖고 있는 목적일 터.
아마 우버월드의 음악들을, 특히 작정하고 내지르는 느낌이 듣는 자들의 마음을 마구 날뛰게 만들었던 우버월드의 초기 곡들을 간이라도 봤던 자들이라면 첫 트랙 「D-Tecnorize」 를 들으며 전율을 했을지도 모른다. 잘 알려진 대로 이 곡은 우버월드가 인디즈 시절 냈던 곡이며, 메이저 첫 싱글곡 「D-Tecnolife」의 모태 격의 지위에 있는 곡이다. 이 곡이 특히 중요한 것은, 우버월드가 내지르는 가사의 힘이 갖는 중요성을 절대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멜로디는 같으되 180도 달라지는 가사로 인해 두 곡 사이의 스타일은 영 딴판인 (심지어 「D-Tecnorize」 는 후에 나온 메이저 싱글의 그것보다 훨씬 날쌘 냄새가 난다!) 상황이 발생하니, 두 곡 사이의 간극을 따져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될 법하다.
이토록 짜릿한 서막과 만만치 않게 짜릿한 마지막을 미리 깔아두고 있지만, 「Neo Sound Best」는 우버월드의 초기 모양새보다는 초기를 막 벗어난, 두 번째 정규 앨범 「BUGSRIGHT」의 시기부터 가장 최근에 튀어나온 싱글 「哀しみはきっと」까지의 흐름을 따라간다. 그러니까 이건 어느 정도 메이저의 향이 솔솔 피어나기 시작한쌘 무렵의 우버월드를 표현하는 음반인 거다. 여기에 베스트 앨범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공을 더 들인 흔적이 느껴진다. 2번 트랙 「Chance!」의 경우 원곡을 아예 다듬어 약간 다른 분위기의 곡을 만들었다는 것에서도 이것은 금방 드러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돈된 느낌이 든다고 할까나. 흡사 지금 우버월드의 음반 커버에 사용되고 있는 'U'자 모양의 회색 마크가 표현하는 것처럼. 수록곡의 절반에 가까운 7곡이 애니메이션의 수록곡으로 사용된 전력이 있긴 하지만, 우버월드가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마음의 색깔(네 번째 싱글 「Colors of the heart」)을 어느 정도 보여 주는 동시에, 동시에 대중적인 기호마저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는 힘이 있다. 「ゼロの答」나 「Roots」 같은 곡들은 우버월드의 힘이 건재함을 마음껏 펼쳐 보이며, 「恋いしくて」처럼 다소 힘을 뺀 템포의 곡들도 일정한 수준의 감흥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에 확고한 호평을 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우버월드의 음악을 중간 단계부터 들었거나 아예 듣지 못했던 자들이라면 거의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이 음반에는 가히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우버월드의 초기 색깔이 어느 정도 잘려 있다. 앞에서도 얘기했던 「D-Tecnorize」나 「D-Tecnolife」와 같은 초기 곡들이 존재하고, 1집 「Timeless」 에 수록된 곡이 세 곡이나 존재하는데 대체 왜? 그러기에는 「Just Melody」나 「ai ta 心」와 같은 초기 우버월드를 대변하는 멋진 곡들이 정작 빠져 있다는 사실(심지어 「Just Melody」 같은 경우엔 일본에서 발매된 초회 한정반에도 수록되지 않았다)의 그늘이 너무나 짙다.
대중들의 귀를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는 있겠으나, 우버월드의 음악을 어느 정도 좋아하고 즐겨 들었던 자들에게는 어라? 뭔가 부족한데? 라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게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지금의 깔끔한 모양새도 즐길 가치가 있지만, 그러기에는 박쥐날개 단 곰 같은 캐릭터가 씨익 웃던(첫 싱글 「D-Tecnolife」부터 첫 정규 앨범 「Timeless」까지의 우버월드 앨범 커버에 실린 캐릭터의 모습) 음반들 속에 깃든 우버월드의 모습이 너무나 중요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기에, 그 모습까지 미처 담을 새가 없었던 이번 결과는 여러 모로 아쉬움이 큰 '절반의 성취들'이 들어간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거대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Neo Sound Best」가 갖는 가치는 명백하다. 중요한 건 어찌 됐거나, 우버월드의 대표곡들을 베스트 앨범으로나마 정식으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에 상륙했다는 사실일 터. 아직 우버월드의 색깔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맛을 제대로 보여 줄 테고, 어느 정도 안다 하는 이들에게는 그들의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든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 새록새록 떠오를 게다. 암만 우버월드가 표현할 수 있는 넓이만큼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 주는 데는 실패한 '절반짜리 성과'라 할지라도 이건 명백히 우버월드의, 우버월드가 내놓은 이야기들의 역사를 대변하는 음반이란 말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손을 끝끝내 안 뻗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20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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