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위안 감독 작 <저녁의 게임> 중에서.
ⓒ 실버스푼, 스타이스트 디지털 랩, 레드곤 시네마토
최위안 감독의 2008년작 <저녁의 게임>을 어제 보았다. 이 영화를 보겠다고 다짐했던 건 '바람만, 불어도, 살겠다' 세 글자씩 한 줄을 차지한 멋들어진 메인카피 때문이었다. 단 한 장의 포스터에 흥미가 돋아 사전정보도 크게 얻어 가지 않고 시사회 장소인 인디스페이스로 향하게 됐는데, 시사회장에서 영화를 잘 보고 난 뒤 난데없는 소리를 들었다. 영화가 끝난 후 있었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한 관객이 최위안 감독에게 물은 질문 때문이었다. 그 질문 내용이란 대략 이러했다. "인터넷에서 성기노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걸 봤는데, 감독님은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같이 영화를 본 사람에게 대략적인 이야기를 다시 들었고, 돌아와서 인터넷을 찾아 보니 가히 가관이다 싶은 내용들이 무성히 돋아나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일이었거니와, 영화 속에 나오는 내용이 논란 글자가 붙을 일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관대한 것일까? 순간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들 중 성기노출이 드러나는 영화들을 떠올려 봤다. 작년에 본 장률 감독의 <중경>부터 시작해 올 연초 본 <더 리더 : 책 읽어 주는 남자>의 초반 장면을 거쳐 <숏버스>의 블라인드 너머로 보이던 그 모습까지.
물론 사람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은 다르겠지만, 최소한 예전에 본 영화들을 급속도로 떠올려본 후 내가 내린 결론은, <저녁의 게임>에 등장하는 세 차례의 성기노출 장면은 지금까지 비슷한 부류의 영화들에서 보아 온 그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였다. 아니, 오히려 너무 노골적인 방향으로 비추지 않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절제한 것이 엿보이는 장면들이다. (클로즈업 장면이 대부분임에도 부담감이나 거부감이 안 드는 건 이것 때문이다) 근데 왠 성기노출 논란이며 무삭제 개봉 얘기가 왜 튀어나올까. 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문제적인 영화가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타블로이드 기자들의 타자기는 불이 났고, 사람들은 아무런 자각 없이 그 타자기의 결과물을 소비한다. 그렇게 '그들만의 논란'은 자꾸만 타블로이드 지면을 차지해 간다. <저녁의 게임>의 성기노출 논란 역시 바로 이 단계를 여지 없이 거쳐 가는 사례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새삼스레 느낄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영화의 본질을 흐리는 '그들만의 논란'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영화의 내용이나 질을 떠나서, 이렇게 원초적인 방향으로만 소비되는 것은 한 영화에 대한 예의에서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2009/10/29, zinsaya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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