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퍼스픽쳐스, 유나이티드픽쳐스(주), 싸이더스FNH
여섯 명의 여인이 도심 속 비밀스러운 요가학원에 모인다. 그녀들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 이 공간 안에 발을 들이밀었다. 슈퍼우먼 증후군, 거울 중독증, 다이어트 강박증, 성형 증후군, 신데렐라 징크스, 그리고... 존경심이 낳은 강박. 몸을 뒤틀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7일간의 심화수련을 거쳐 얻을 수 있는 건 완벽한 아름다움. 잠깐, 완벽한 아름다움이라고? 이거 뭔가 수상하다. 왜 그녀들은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걸까. 윤재연 감독의 <요가학원>에게 던지는 첫 질문은 바로 이것이 될 게다. 이 질문은 영화의 아킬레스건을 가장 민감하게 건드리는 질문이기도 하다.
초장부터 ‘매혹적인 공포’를 표방하고 있는 <요가학원>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장소는 바로 베일에 싸인 한 요가 수련원이다. 사적인 연락이 일절 닿을 수 없고, 간판 하나 달려 있지 않으며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 등이 증명하듯 영화 속에 등장하는 간미희 요가학원은 특유의 폐쇄성이 짙게 드리워지는 공간이다. 폐소공포가 가장 유효하게 먹힐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공간인데, 이 장점은 이미 며칠 전 개봉한 <불신지옥>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휴대전화의 불빛이 닿을 수 있는 공간만 볼 수 있다는 설정 하에 극도의 긴장감을 유발했던 그 지하실 추적 장면을 떠올려보라. 온전히 볼 수 있는 영역이 한없이 좁아진 순간 스멀스멀 그 정체를 드러내는 폐소공포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요가학원>은 이 공간이 주는 가장 큰 특징을 뒤로 하고 에둘러 먼 곳까지 나아간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을 쓰지 않고 그다지 좋지도 않은 다른 방법을 썼다는 소리다. 그 다른 방법이란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이 부르는 공포를 매혹적으로 표현하겠다는 것인데, 배경인 요가학원의 특징을 떠올려 보면 어이없는 설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꽁꽁 감춰진 공간이라는 설정에 비해 보이는 요가학원 내부 공간은 너무 넓고 멋지다. 이런 비주얼을 곁들인 것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이 각본상에만 투영되는 것이 아닌, 영화의 비주얼에까지 과하게 투영된 느낌이다.

ⓒ 오퍼스픽쳐스, 유나이티드픽쳐스(주), 싸이더스FNH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피칠갑 효과와 귀신 효과가 가세되었다. 비밀수련을 거치면서 스스로 미쳐 가는 수련생들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싶었겠지만, 그러자면 앞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폐쇄된 공간에 갇힌 갑갑함을 더 깊게 표현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안타까운 건 이런 모습을 표현하면서 과하게 환상장면(으로 추정되는 장면들)을 끼워 넣었다는 것인데, 영화 속에서 노출되는 어두운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굳이 환상장면을 넣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표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적외선카메라가 비추는 분위기 사이로 깔리는 섬뜩한 벽지 이미지들이 오싹함을 유발했던 <오펀 : 천사의 비밀> 속 에스더의 방처럼 말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을 표현한다는 목적도 다소 애매하다. <요가학원>에 등장하는 각 캐릭터들은 아름다움을 갈망하는 것보다 각자 품은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이 더 드러나는 캐릭터들이다. 가령 이야기의 시점을 끌고 나가는 효정(유진)의 모습을 보자. 한 순간에 예쁜 후배 쇼호스트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줬고 그에 대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다. 이것 때문에 미모에 강박을 느끼게 됐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왜냐고? 효정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은 미모에 대한 강박이 아닌, 완벽하게 보이고 싶은 자신의 마음이 만든 강박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증후군(Syndrome). 요가학원 비밀수련에 참가하는 것보다 신경정신과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
효정을 제외한 다른 비밀수련 참가자들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참가자들 모두 자신의 고민과 목적을 갖고 간미희 요가학원에 들어왔지만, 목적은 있으되 뚜렷한 동기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비밀수련 첫날 심신 안정 과정을 통해 동기가 어느 정도 드러나긴 하지만 왜 꼭 요가학원을 택해야 했을까? 라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떠돈다. 특히 식탐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인순(조은지)이나 성형에 대한 욕구를 다스리지 못하는 유경(김혜나)의 모습을 놓고서는 외적으로 할 말이 정말 많았을 텐데 (메가폰을 잡은 윤재연 감독이 여성 감독이라 더더욱!) 그런 것들이 모조리 생략되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각본이 다소 불친절하다고도 할 수 있는데,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캐릭터를 알 수 있는 여지는 제공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 오퍼스픽쳐스, 유나이티드픽쳐스(주), 싸이더스 FNH
그러니까 결론짓자면, 애초에 방향 자체를 잘못 잡은 영화가 <요가학원>이다. 폐쇄적인 요가학원이란 호러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꽤나 근사한 소재이언만, 그 소재를 제대로 이끌어 나가지 못하니 왜 하필 요가학원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혹자는 “이 영화를 보면 올해 가장 나쁜 영화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요가학원>은 나름의 의미를 가지지만, 그 의미가 결코 좋은 방향이 아니기에 의미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언제쯤 이런 과한 강박에서 빠져나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한국 호러영화들이 풀어야 할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BOMB (Rate 0/10)
(2009.08.28 / zinsaya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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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낙제점 정도가 아니라.. 역시 한국공포영화는 안되 이런 인식만 더 심어준 영화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판단한다는 것은 상당히 바보같은 짓이지만
'안봐도 비디오'느낌의 영화가 자꾸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단순히 여름이기 때문에?
이런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이 과연 한국영화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저는 어떻게 보면 흘러가는 스토리의 안정성(??)만 너무 강조하여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만 보면 안된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 그렇게 보는 제 모습을 진사야님의 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가학원>에 대한 저만의 생각을 다시 정리해보려 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다시 정리한 저의 글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제가 더 감사해야 되겠는데요. 하하.
무비조이에서 오른쪽 항상 따라다니는 아이콘으로 매일 1분의 블로그 글을 추천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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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진사야님의 <요가학원> 글을 선정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링크 걸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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