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존 딜린저에 대하여
흡사 불구덩이를 압축해 놓은 듯한 총구에서 내뿜는 화염이 붉은 기운을 뽐내며 하늘을 난다. 그 화염만큼이나 뜨거운 기운이 가득 넘치는 공간. <퍼블릭 에너미>가 표현하고 있는 1930년대 미국을 굳이 표현하라고 하면 나올 답은 아마도 이것이 되지 않을까. 썩은 세상의 한가운데를 뚫는 그 기운은 분명 열정과 사랑, 동료 간의 의리가 한데 뒤엉켜 생겨나는 산물의 일종일 테다.
두 차례의 탈옥, 그리고 도주. 은행의 돈을 털되 일반 시민들의 돈은 털지 않는다는 절대적인 규칙, 동료에 대한 의리, 그리고 사랑. <퍼블릭 에너미> 속에 그려지는 전설적인 은행 강도 존 딜린저(조니 뎁)을 표현하는 몇 줄의 명세서다. 1930년대 미국의 모습, 유독 반짝반짝 빛나던 다윗의 별(아마도 자본력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을 유대인들을 상징하는 표식일 게다)이 미치지 못하는 뒷골목에서 그는 고군분투한다.
허나 중요한 사실. 정의를 추구하는 경찰들에게 존 딜린저는 반드시 처단해야 하는 ‘공공의 적’일 뿐이었다. 경찰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멜빈 퍼비스(크리스천 베일)를 주축으로 한 전담 팀을 구성해 존 딜린저를 잡겠다는 의욕을 내비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존 딜린저가 순순히 잡힐 위인이던가? 그 숨바꼭질의 끝에 다다르는 법은 단 하나. 두 말 할 것 없이, 어느 한 쪽이 죽어 쓰러지는 것이다.

이야기는 존 딜린저의 시점에 대부분을 할애하며 전개된다. 필생의 연인 빌리 프레셰(마리온 코티아르)를 만나는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자신의 동료들에 대한 의리와 냉정함까지. <퍼블릭 에너미>는 로빈 후드를 연상시키는 존 딜린저의 행각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비추는 데 좀 더 시선을 쏟아 붓는다. 그래서일까? 은행 강도 일당의 수장이라는 것만 지워버리면 마초 성향을 가진 열정적인 중년(?) 남자로 비춰지는 게 영화 속 존 딜린저의 모습이다.
이것은 보다 인간적인 조명을 통해 관객과의 접선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도 될 수 있다. 특히 존 딜린저의 범죄행각을 기대하고 극장으로 향했을 사람들에게는 다소의 심심함을 부를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총 두세번 가량의 은행털이 장면이 등장하고, 멜빈 퍼비스를 위시한 경찰들과의 사투가 내내 전개되지만 은행 강도로서의 면모는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남는다. 그 자리를 존 딜린저의 사랑과 의리를 보여 주는 것에 할애하고 있으니, 일각에서 ‘이건 도둑의 순정 영화’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이 납득이 간다.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묵직한 연출로 인해 영화는 보다 힘을 얻고, 그래서 관객들은 그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영화 전면에 차고 넘치는 1930년대의 기운, 그 중에서도 막판에 등장하는 바이오그라프 극장의 모습은 꽤 오래도록 뇌리에 남는다. 고전영화 <맨해튼 러브스토리>가 흘러가던 그 모습, 가득 들어찬 관객들의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 (Rate 7.0)
(2009.08.22 / zinsaya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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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면서...사람 기운빠지게하는...블랙 재즈...
잘읽었습니다.^^
클라크 게이블이 범죄자, 윌리엄 파웰이 그의 친구이자 경찰측 사람으로 나오는 듯 합니다.
(마지막에 게이블이 남기는 '구차하게 사느니 깨끗이 죽지'라는 대사가 나중에 딜린저의 죽음과 연결됨)
'구차하게 사느니 차라리 깨끗하게 죽지' 이 말 정말 멋진 말이란 생각이 듭니다. 흑.
전 영화 막바지에 존이 자신의 수사팀을 방문했을 때
경찰들이 영화관으로 간것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영화관으로 가서 죽음을 맞이하는게 좀 의외더라구요.
결국 재미도에는 5점이라는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마이클 만 감독 영화는 저한테 워낙 호불호가 갈려서 이 작품은 저한테 안 좋은 쪽으로 기운 영화이기도 하네요^^
보고 말테야~~
마지막 대사가 뇌리에 박혀서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것 같습니다.
부제로는 '마이클 만 사랑 시리즈 제 2탄' 정도가 알맞을까요.
랙백이 콤보세트까지 놓고 가 주셨는데, 이제서야 찾아뵈었습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