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사 아침 & 타이거픽쳐스
이 글에는 영화의 내용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굳이 읽으신다 하면 말리지 않겠으나 <불신지옥>을 보실 예정이라면 읽지 마시고 극장으로 향하실 것을 권합니다.
잔혹한 믿음의 테제
절로 암담함이 느껴지는 저체온의 방 안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꾸역꾸역. 모여든 사람들이 어딘가를 응시한다. 그 따가운 눈빛들이 닿는 곳은 침대 위, 그 곳에 한 소녀가 멍하니 내려앉는다. 그러자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둘 주저앉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왼다. 아이고, 오셨습니까!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이 말들이 터지고 터져 입과 손에 피가 배어나는 지경까지 이르러서도 소녀는 말이 없다. 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야 하는 순간에 내지른 떨림처럼, 어딘가 불안하고 멍한 눈빛만을 비출 뿐.
그러니까 이걸 무어라 표현하는 게 좋을까. <불신지옥>이 스크린 전역에 잔뜩 그려대고 있는 이 낯선 빛의 아파트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냐는 말이다. 그 결론의 향방은 의외로(?) 쉽게 정리되는 듯 보이지만 “그거다!”라고 선뜻 외치다가는 내 목이 툭 꺾이는 찰나의 고통을 부를지도 모른다. 굳이 정의내리자면 이것은, (우리가 신념이라고 부르며 꽁꽁 묶어 온) 잔혹한 믿음의 테제(독일어로 These, '정립(定立)'이라는 의미)가 만드는 공간이다.

ⓒ 영화사 아침 & 타이거픽쳐스
<불신지옥>의 스토리라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앞에서 이야기한 소진이라는 소녀가 실종되고 그녀를 찾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광포한 믿음의 현장, 다른 하나는 소진의 실종 사건을 맡은 형사 태환(류승룡)의 가족이 겪고 있는 병마와의 싸움이다. 미묘하게 다른 골격을 가지고 있는 두 스토리라인은 믿음이라는 주제로 묶여 있고, 치유와 안식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이 느껴지는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믿음이라는 것에 대놓고 집착하거나, 그 믿음에 묶이지 않으려 발버둥 치다 스스로 무너져 (불신을 가장하고)상대방에게 화살을 겨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그 원인이 되는 건 믿음과 불신의 부조화. 믿든 안 믿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하겠지만 <불신지옥>의 세계는 그런 자세를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스크린 속 캐릭터들을 쥐어짰다가 놓아 주고, 뺨을 마구 내려치다 어느 순간 그만둔다.
그것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이 살풍경한 현장들은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는다. 이 영화를 만든 이용주 감독은 무서운 장면이 많은 게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무서운 공포영화를 해보고 싶었다고 하지만, 그 이야기를 타고 비춰지는 현장들이 섬뜩함을 자아내는 거라고 하는 편도 나쁘지는 않겠다. 시나리오가 빚은 괴물에 잡아먹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 이 생각을 하니 절로 으스스함이 몰려든다.

ⓒ 영화사 아침 & 타이거픽쳐스
<불신지옥>이 좋은지 나쁜지를 여기서 굳이 더 논하지는 않겠다. 내가 아니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그것을 증명해 줄 테니까.(실제로 증명이 되고 있기도 하니 긴 말을 하진 않겠다) 하지만 이건 꼭 얘기하고 넘어가야겠다. <불신지옥>은 한국산 호러영화라는 명찰을 떼고 이야기해도 그 결과 자체가 하나의 성취이며, (그 관객이 종교를 믿는 사람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관객에게 믿음과 불신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이 물음표에 앞으로 또 어떤 느낌표가 새겨질지. 실로 재미있는 풍경이다. ★★★★ (Rate 8.0)
(2009.08.16 / zinsaya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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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쪽도 공포호러 영화를 무지하게 즐겨서 거의 다 보고 나서 극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꼭 보러가야겠습니다.
흐흣.
이번 기회에 공포영화의 벽을 한번 넘어볼까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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