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riness - laptop being repaired.. / flickr

 갑작스레 떨어진 마감의 압박을 극복한 후, 한 지인과 후일담을 나누었다. 인터넷 속 영화평과 기사들의 함량 문제로 첫 테이프를 끊은 이야기는 어느덧 글쓰기의 기본 자세에 얽힌 이야기로까지 흘러갔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도 뜨끔하게 되는 구석이 많더라. 특히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내용은 '자기가 쓴 걸 출력해서 읽어 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는 거였다. 이른바 습관의 중요성. 듣다 보니 내 예전 습관이 생각났다.

 어느 샌가 영화를 보면서 따로 메모를 하는 일이 줄었다. 예전에는 어떤 장면을 혹여 잊을까 메모장을 하나 놓고 보면서 기록을 했었는데, 그걸 머리에 충분히 담을 수 있게 되면서 아예 안 적었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그로 인한 민망함 또한 원인이었다. 가령 시사회 같은 경우, 다른 사람들은 그냥 즐기면서 보는데 나는 보면서 메모를 하고 있었단 말이다. 아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한테 떨어지는 건 당연한 법. 심지어 "영화 한 편 보면서 무슨 메모까지 하냐" 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적이 있다. 하하.

 물론 영화를 좀 더 즐길 수 있게 된 건 수확이겠으나 문제는 나중에 가서 그 내용이 바로 기억이 나지 않을 경우 낭패에 봉착하곤 한다는 거다. 그리고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으니, 머릿속 내용을 그대로 워드프로세서에 옮기다 보니 그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되어 곤란해지곤 했다. 특히 이번 마감은 그 강도가 워낙 셌던 까닭에 (선정한 영화가 주는 압박부터가...) 작업하는 내내 시쳇말로 '머리 터지는' 연속이었다.

 이쯤 되니 다시금 메모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위에서 언급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더더욱. 다만 이번에는 좀 더 자세를 바로잡을 필요성을 느낀다. 단순히 메모가 아니라 직접 노트에다가 쓸 얘기를 써 보고, 그걸 워드로 옮기는 게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다 되면 활자화(=출력)해서 읽어도 보고. 물론 이 경우 포스팅 속도는 겁나게 느려지겠지만, 어차피 이 블로그가 목적하는 게 '하루에 한 개 포스트 발행하기'나 '영화 보고 바로 리뷰 쓰기'는 아니지 않나. 이 정도 모험은 이쯤 되어 충분히 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최근 읽은 김봉석 저 '영화 리뷰 쓰기'에도 메모의 중요성이 나온다. 정말 메모는 만고불변의 진리임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마음도 먹었으니, 누가 뭐래도 열심히 메모를 하겠다. 당당하게 :-)


* 그래서 [업]과 [구름조금] 리뷰는 대체 언제 쓸 거냐, 라고 물으시면 당장 할 말이 없다. 이번주 안에는 올릴 수 있을까. 하하하. 당장 얘기하고 싶지만 지금 정신머리가 "좀 쉬면서 책 읽고 싶소!" 상황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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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07 14:19 [Edit/Del] [Reply]
    맞아요. 메모는 진짜 정말 중요.
    저같이 잘 까먹는 사람에겐 더욱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08 20:27 [Edit/Del]
      EastRain님, 저도 점점 까마귀 고기를 주식으로 삼고 있는지라... 에휴 ㅠㅜ
  2. 2009/08/07 15:40 [Edit/Del] [Reply]
    저희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메모합니다. 주위에서 누가 뭐라하던 말던 메모 안할 수가 없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야 머리속에 남아있지만...

    그래도 한번은 꼭 언급할만한 내용등은 금방 잊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면 글 쓸때 정말 머리가 쭈빗쭈빗 서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생각보다 사람 기억력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구요...

    메모 안하고 통채로 다외운다는 것은 영화보고 30분 이후까지 가능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쿨럭...
  3. 2009/08/07 22:13 [Edit/Del] [Reply]
    메모하는 습관은 저도 길러야 하는데...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08 20:30 [Edit/Del]
      Fallen Angel님, 저도 최근 손을 놓고 있었더니 귀찮음만 늘었습니다 -ㅂ-;
  4. 2009/08/08 12:20 [Edit/Del] [Reply]
    스스로 메모습관을 기르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중인데 쉽지가 않더라구요..ㅎㅎ
    좋은 노트와 필기구를 사도 항상 지니고 다니질 못하네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08 20:31 [Edit/Del]
      까칠이님, 그래서 어제 영화감상용 노트를 하나 샀습니다. 여기다가 정리할 생각 하니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는 것 같기도 하고 ㅎㅎ
  5. 2009/08/08 14:56 [Edit/Del] [Reply]
    저는 메모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영화 보면서 메모하느라 다른 장면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아예 깨끗이 포기하고 말았죠^^ 그래서 제 글이 별로 구체적이지 못한 거 같아요. 어쩌겠어요. 포기할 건 포기해야지ㅋㅋㅋ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08 20:31 [Edit/Del]
      르네군님, 저도 그 문제 때문에 며칠 동안 펜을 떼고 있었더랬죠. 허나 아무래도 기억 못할 건 적어 두는 게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ㅠㅜ
    • 2009/08/08 21:10 [Edit/Del]
      그래서 전 한 번 더 보는 멍청한 방법을 사용한다는 ㅋㅋ 원래 영화 반복해서 보는 걸 넘 좋아해욤..ㅋㅋ [업]도 또 보고 싶어서 근질근질 ㅋㅋ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09 22:23 [Edit/Del]
      르네군님, 저도 한 번 더 보고 싶어요! 특히 3D 더빙판은! ㅠㅠ
  6. 2009/08/09 15:28 [Edit/Del] [Reply]
    저도 뭔가를 쓰는걸 굉장히 좋아해요.
    문제는 정리도 잘 해야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는거. ^^;
    • OpenID Logo 진사야
      2009/08/09 22:23 [Edit/Del]
      제이유님, 저도 정리하는 게 참 고민입니다 ㅜㅜ 갈수록 정리가 안 돼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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