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arner Bros. Pictures / Dark Castle Entertainment, Appian Way
멍하고 혼란스러운 심리괴담
시작은 ‘천사의 집’이라는 고아원에서부터다. 한 부부가 이 고아원을 찾는다. 이들의 목적은 분명하다. 사산의 충격에 사로잡힌 그들의 품에 따스하게 안길 수 있는 셋째 아이를 찾는 것. 그 꿈을 이루어 줄 동산 안에서 유난히 그림에 소질 있는 아홉 살배기 소녀를 만났고 그 소녀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문제는 바로 그 다음부터다. 전작 <하우스 오브 왁스> 이후 오랜만에 호러계 영화를 들고 찾아온 자우메 콜렛-세라의 신작 <오펀 : 천사의 비밀>(이하 ‘오펀’)은 바로 그 다음부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호러스릴러(이지만 실상은 괴담의 경향이 좀 더 짙은) 영화다.
시놉시스나 대략적인 내용들을 살펴보면 <오멘>과 같은 부류의 영화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게 웬걸, 막상 뚜껑을 연 <오펀>의 주인공 에스더(이자벨 퍼먼)가 보이는 행각은 캠핑장에 놀러 온 어린 친구들을 무차별적으로 도륙하는 <13일의 금요일> 속 제이슨 부히스의 모습과도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진짜 '13금'처럼 슬래셔 영화라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그냥 대략적인 모양새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대놓고 벤치마킹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품게 만드는데, 특히 그 정점에 다다르는 마지막 케이트(베라 파미가)와 에스더의 몸싸움 시퀀스에서는 그 생각이 확신에 가까운 정도까지 이른다. (어떤 장면일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긴다만 웬만하면 눈치 채셨을 지도!)

ⓒ Warner Bros. Pictures / Dark Castle Entertainment, Appian Way
대체 왜 이런 괴담을 만들어 놨을까. 이 영화의 메가폰을 거머쥔 자우메 콜렛-세라 감독은 단순히 어린 소녀가 뿜어내는 섬뜩함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겠다는 야심을 내보이는데, 그걸 전면에 보여 주기보다는 중후반부에 죄다 몰아넣어 그 긴장감을 앞에서부터 한 단계씩 끌어올리려 한다. 자연히 극 초반부는 장르적으로 빈 공간이 되는데, 여기서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케이트의 과거 행적, 몇 가지 기본 정보들을 제공한다.
문제는 드라마의 성격이 짙은 초반부와, 장르의 꼴이 드러나는 중후반부 사이의 간극에서 오는 정신적 피로가 꽤 노골적이라는 점. <오펀>은 이 극단의 차이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목덜미를 서서히 옥죄어 가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카타르시스에 앞서 멍하고 혼란스러운 생각이 먼저 들기에 불유쾌해질 수도 있다. 여기에 케이트의 과거와 연결된 트라우마가 끼어들며 영화는 계속 어둠의 공간으로 빠져 들어간다. 이것마저 감독의 의도였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여유 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표가 남는다.

ⓒ Warner Bros. Pictures / Dark Castle Entertainment, Appian Way
홍보 자료들을 보면 에스더의 원맨쇼 정도로 치부하기 쉬우나, 이것 하나만 밝혀두자. <오펀>은 철저히 에스더와 케이트라는 두 캐릭터가 교차점을 형성하여 이야기의 꼴을 세우는 영화다. 자연히 이 둘 외의 캐릭터들은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만 수행(나름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는 둘째 맥스가 좀 신경 쓰이긴 하지만)하며, 후반부로 접어 들어갈수록 이 두 캐릭터의 대립각을 살펴보는 재미는 의외로 쏠쏠한 축에 속한다. 물론 여기에는 에스더와 케이트의 몸을 입은 두 여배우, 이자벨 퍼먼과 베라 파미가의 역량이 어느 정도 열쇠를 제공하고 있겠다.
비교적 볼 만한 결과지만 지금보다 꼴이 더 다듬어졌으면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까닭에 공포스릴러 영화 추천 목록에는 선뜻 올릴 수 없는 결과다. 무언가 꽤 벌려 놓았는데 그만큼의 감흥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남는 것은 있다. 맨 앞에 등장하는 워너브러더스 로고를 포함하여 영화 전면에 깔리는 적외선 카메라풍의 분위기나, 에스더의 섬뜩함을 맛보는 재미는 어느 정도 즐길 가치가 있다. 이 결과보다 좀 더 나아갈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끝끝내 남기에 에잇, 아깝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지만. ★★★ (Rate 6.5)
(2009.07.28 / 진사야 / zinsayascope.com)

ⓒ Warner Bros. Pictures / Dark Castle Entertainment, Appian Way
Bonus: 기타 뒷이야기들
- 영화 보기 전에 나오는 예고편 중 <셜록 홈즈>가 나오는데 그 트레일러 속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습을 보고 기분이 참 오묘하더라. <오펀>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수잔 다우니가 바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실제 아내이기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 극중 존과 케이트 부부의 첫째 아들 대니얼의 얼굴이 상당히 낯이 익는다. 배우 이름은 지미 베넷. 바로 올 상반기 개봉했던 <스타 트렉 : 더 비기닝>에서 어린 시절 커크 역을 맡았던 배우다. 이름이 뭐냐는 질문에 "내 이름은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 라고 말하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여기서는 좀 색다르게 나오니 (뭐 개구쟁이인 건 똑같다) 사전정보를 통해 알고 갔음에도 약간 놀랐다고 해야 할까.
- 아시는 분들은 아시지만, 개인적으로 <오펀>은 2009년 8월 여름 기대작 호러 세 편 중 한 편에 속하는 영화다. 다른 영화는 6일 개봉하는 <마터스 : 천국을 보는 눈>과 20일 개봉하는 <요가학원>. 그 덕에 13일에 개봉하는 <불신지옥>은 상대적으로 기대치가 낮았는데 <오펀>을 보고 나니 <불신지옥> 역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슬쩍 든다. 웬만하면 모든 개봉영화들을 보고 지도를 만들어보겠다! 라는 욕심이랄까. 그러나 진짜 볼 확률은 낮다.
- 뭐니뭐니해도 <오펀>에서 가장 크게 건진 건 역시 베라 파미가의 모습을 봤다는 것. 특히 초반부 그녀의 클로즈업 장면에서는 무심코 소리 나올까봐 괜히 입을 막을 정도였다. 그만큼 베라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보기가 어려웠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그래도 지금에 이르러 다시 봤기에 마냥 반가웠다. 조연급 캐릭터임에도 주연과 동등한 포스를 자랑하는 그 모습은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하나도 변한 게 없다. 아무튼 그런 고로 <오펀>은 볼 수 있을 만큼 극장에서 열심히 봐야 하는 영화 한 편이 되어 버렸다. (-_-;)
- 여기서 다시 한 번 떠오르는 생각. 베라의 전작이기도 한 조지 래틀리프의 2007년작 <조슈아>가 정식으로 DVD 발매되거나 개봉해서 볼 기회가 생겼다면 <오펀>에 대해서 지금보다 더 깊게 들어가 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저 아쉬울 따름. 두 작품 다 심리스릴러 계열의 영화고 어린이가 주 무대가 되는 영화인지라 이야기할 구석이 많은데, 문제는 출시 소식마저 안 들린다는 게 문제. 케이블에는 가끔 뜨는 것 같지만 케이블을 볼 환경은 못 되고, 그렇다고 어둠의 경로에 뜬 걸 보기는 정말 싫다.
-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지만 나머지는 두 번째 감상 이후로 유보. 살짝 헷갈리는 구석도 있고 해서 다시 보고 확인해야 할 듯.
- 반전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입을 다물기로 하겠다. 나중에 차차 밝힐 때가 오겠지 :-)
* 이 글에 실린 <오펀 : 천사의 비밀>의 모든 포스터, 스틸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립니다.
해당 자료들에 대한 저작권은 ⓒ Warner Bros. Pictures / Dark Castle Entertainment, Appian Way에 있으며, 영화의 국내 판권은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소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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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셔 무비면.. 뭐 이미 익숙해진 구조라서.. 쿨럭 이 영화는 제가 리뷰를 안적기에^^ 좀 늦게 봐도 되겠군요...
시간이 되면 후다닥 볼라고 했는데... 진사야님 글 읽고나서 오컬트 무비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우선 뒤로 좀 미뤄야겠습니다~~
오컬트 영화라면.. [메디엄]이 오컬트계 영화군요. 무비조이님의 신랄한 리뷰 기대해봐도 될까요? :-)
아..위드블로그 통해서 본 그분이셨구나 (여기까지 독백ㅋㅋ)
잘 읽어봤습니다.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 좋네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내가 영화제작자였군요..
몰랐던 정보도 많이 얻어갑니다. ㅎㅎ
잘 보고 갑니다..^^
공포영화가 많이 개봉을 하는 군효. ^^
근데 에스터를 연기한 여배우의 프로필은 잘 찾을 수가 없네요
네이놈이랑 넥스트를 찾아봐도 당췌 없더라구염 ^^
휴가계획은 잡으셨나용..?
글 잘보고 갑니다~~
전 개인적으로는...오펀...참 실망이네요...ㅡㅡ^
2시간 내내 어둠 속을 걷는 느낌이랄까..
그런 느낌의 극대화는 후반부에서 야광으로 빛나는 그림을 보게 될 때였구요.
아무튼 이런 공포를 경험하기는 작년에 개봉했던 <REC> 이후로 오랜 만이지 않나 합니다ㅎㅎ
섬뜻섬뜻 한데용 ㅠㅠ ㅋㅋ
공포영화 볼 땐 괜찮은데 ~
보고나서 밤에 자기 전에 생각나는 거 땜에
못보겠어요 ㅠㅠ ㅋㅋㅋㅋㅋ
다음메인에 저 포스터가 이미지로 걸려서 새벽에 무서웠던 ㅠㅠ
제가 국민학교 6학년때 혼자서 엑소시스트를 보러 갔었어요.
친구하고 가기로 했었는데, 친구가 나오지 않았던 관계로 혼자 갔었는데...
얼마나 끔찍하던지..
그때 한 소녀가 침대위에서 공중부양하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뒤로 이런 류의 영화는 가급적 관람하지 않는 답니다.^^
그냥 정신적 장애가 있는게 아닐까 정도...
전, 베라파미가도 보고, 영화도 꽤 재밌었는데^^
이 영화에서 베라가 보이는 모습, 보면 볼수록 자꾸 <러닝 스케어드>의 테레사가 떠오릅니다 ㅠㅠ 특히 후반부에서 총을 주머니에 찔러넣는 장면에서는요. 여리여리한 외모와 달리 속은 강한 어머니상의 모습이랄까요. "너희는 내가 지켜주겠다" 뭐 이런 ㅎㅎ
전 그런 모습에서 베라에게 매력을 느끼나봐요 ㅎ
하긴 작품들 면면을 다 뚫어 보면 묘하게 공통점이 많아요.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장례식과 정사의 관계부터(러닝 스케어드-디파티드-네버 포에버) 해서 가장 최근에 본 뜨개질 이미지(네버 포에버-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까지. 이런 거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해야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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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야님의 <오펀 천사의 비밀> 글을 선정했습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링크 걸리게 됩니다.
무비조이 사이트 http://www.moviejoy.com 을 방문하시면 확인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