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여러분들이 아시는 대로, 편견타파 릴레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적은 글이 하나 있었지요.
전산 전공자가 포토샵 잘하면 신기한가? - 편견타파 릴레이

당시에는 문득 생각나는 게 이것밖에 없었기에 이걸로 올렸었는데, 오늘 블로고스피어를 날아다니다 보니 영감을 얻은 주제가 하나 눈에 보여서 굳이 '편견타파 릴레이' 타이틀을 달고 하나 더 올립니다. 이 일을 마주쳤을 때는 약간 어이가 없었는데 왜 이제야 생각이 나는 건지는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에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인연이라는 게 있다. 처음에는 웹상에서만 인사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에서 그 범주가 오프라인까지 뻗어나가는 인연들도 있고, 온라인에서만 맴도는 인연도 있다. 둘 중 어느 것이든 나는 그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으며 미덥지 않게 대하려 한다.

 이렇게 거미줄 뻗어가듯(?) 인연을 쌓아 놓다 보니 잘 아는 분들의 호칭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고민했던 적이 있다. 정말 연락을 자주 하거나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아니면 '-님'자를 붙이는 게 예사가 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일부 자주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 이럴 경우 호칭은 단순 '-님'자를 뛰어넘곤 하는데, 잠깐 고민해 본 결과 그냥 편하게 부르는 게 최고라는 생각만이 굳어질 뿐이었다.

 그래서 그냥 내키는 대로 부른다는 게 남자분들에게는 '형님' 소리를 붙이는 거고, 여자분들에게는 '언니' 소리를 붙이는 거였다. 최소한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호칭에 별 문제가 없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혹시 다이크이신가요? 일부 남자회원 분들한테 형님 소리를 붙이시는 것 같은데, 정말 궁금해서요."

 바로 몇 달 전에 어느 분에게 이런 질문을 불쑥 받은 거다. 저 다이크(Dyke)란 말 자체를 처음 들었던데다가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기도 해서 그냥 내키는 대로 답변('그냥 이 쪽이 편해서 그렇게 부를 뿐이에요')을 하고, 단어의 뜻을 냉큼 찾아봤다. 네이버 지식인을 한동안 항해하다 얻은 답변이란 대략 이렇다.

다이크 (dyke, dike)
여성 동성애자 가운데 능동적이며, 흔히 여성 동성애적 관념에서 남성역을 맡는 여성.

 이런 답변을 받아들고 나자 기분이 심란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라. 물론 난 기본적으로 LGBTAIQS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들었다고 기분 나쁘거나 한 건 결코 아니다. 다만 문제는, 저 분의 말대로 단순히 내가 부르는 호칭이 문제가 된 거라면, 대체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순간 내가 굳건하게 믿어 오고 있던 호칭에 대한 신뢰감부터 재점검하게 되었는데, 이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왜 내 자신이 세운 믿음에 대해서 굳이 재확인을 해야 하는 걸까.

 더 난감했던 것은, (그런 의도는 없었을 거라 믿지만) 그 글에서 대상이 된 나 자신이 섬뜩함을 느꼈다는 거다. 흡사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성소수자들이 남에 의해 강제적으로 아웃팅당하는 그 느낌? 내가 그 분들의 심정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 참담함은 동일한 질량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질문한다는 의도 자체는 좋지만, 최소한 그게 상대방에게 민폐가 되는 일만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각설하고, 아무튼 그 사건 이후로는 그냥 마음 편하게 '-님'자로 통일해서 부르고 있다. 이 쪽이 더 분란도 덜 일으킬 것 같아서 그렇게 결정하긴 했는데, 역시 나에게는 '형님' 소리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왜 이럴까? 라는 생각은 진지하게 해 본 기억이 없으니 거 참 희한하네, 싶다가도 이게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호칭을 어떻게 부르든 간에, 그건 나의 자유의사에 달린 일이니까.
(2009.07.17 / 진사야 / zinsayascope.com)


inspired by
광수와 딴지 (김조광수의 블로그)


http://www.zinsayascope.com/trackback/249

  1. 전산 전공자가 포토샵 잘하면 신기한가? - 편견타파 릴레이 //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 2009/07/17 21:49 [Delete]
  1. 2009/07/18 01:37 [Edit/Del] [Reply]
    아주 어린 친구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네요.
    상대방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건 배려의 문제인데,
    어린 친구들이 그런 부분을 아주 쉽게 간과하곤 하지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7/18 18:28 [Edit/Del]
      EastRain님, 배려라는 게 참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특히 인간관계에서는요.
  2. 2009/07/18 11:41 [Edit/Del] [Reply]
    경우에 따라서는 호칭이란 건 부르는 당사자 뿐 아니라, 대상자의 마음에도 들어야할 겁니다. 즉, 그 호칭을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약간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
    저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이제는 항상 "-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어요.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진사야 형님! ;-)
    • OpenID Logo 진사야
      2009/07/18 18:29 [Edit/Del]
      mooo님, 으하하하핫~ 물론 대상자의 마음에도 들어야겠지요. 댓글을 보니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군요 ㅎㅎ
  3. 2009/07/18 13:58 [Edit/Del] [Reply]
    ㅎㅎㅎㅎ 안되죠. 당현히.아마도 사람들 마다 다 생각의 차이는 있을겁니다. ^^
  4. 2009/07/18 14:02 [Edit/Del] [Reply]
    남자들은 오빠라 불러주면.. 참 좋아라 하죠;;
    그렇다고 저렇게 생각하고, 말하는건 좀 그러네요 ^^;;
    • OpenID Logo 진사야
      2009/07/18 18:30 [Edit/Del]
      디노님, 아무래도 그런 경향이 있으시더라구요. 그래도 저런 질문은 좀 마주치기 그랬습니다;;
  5. 2009/07/18 20:48 [Edit/Del] [Reply]
    호칭 문제는 불리는 상대방이 그 호칭에 대해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이상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호칭을 사용하던 크게 상관이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만...

    안 그래도 딴지 걸 것 많은 세상... 이래저래 딴지가 들어오면 피곤하죠^^
    • OpenID Logo 진사야
      2009/07/19 10:14 [Edit/Del]
      무비조이님, 호칭이 어떠하든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건 공통된 거니까요 :-)
  6. 2009/07/18 21:56 [Edit/Del] [Reply]
    전 언니라는 호칭 많이 쓰는데ㅋㅋ 미용실 언니, 공지영 언니, 소녀시대 제시카 언니 등등^^ 별로 신경 쓸만한 일은 아닌 듯 싶고.. 글을 읽다가 정작 다른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덧글로 물어보긴 좀 그렇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물어볼게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7/19 10:18 [Edit/Del]
      르네군님, 네 편하게 물어보세요 :-) 닿는 대로 답변 드릴께요. 짐작 가는 주제가 있긴 한데 여기서 섣불리 얘기하긴 좀 그런가요?ㅎㅎ
    • 2009/07/19 13:58 [Edit/Del]
      어머... 이 언니 눈치쟁이셨구나ㅋㅋㅋ 덧글은 좋은 대화법은 아닌 거 같고^^ 나중에 다른 기회가 생기겠죠^^
    • OpenID Logo 진사야
      2009/07/19 22:41 [Edit/Del]
      르네군님, 그 때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D
  7. 2009/07/18 23:27 [Edit/Del] [Reply]
    '다이크'란 단어를 처음 들었네요. 실제로 오프라인에서의 만남 못지 않게 온라인에서의 에티켓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호칭 하나로 성정체성을 짐작하고 게다가 확인까지 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데.. 정말 대표적인 편견을 경험하셨네요. :)
    • OpenID Logo 진사야
      2009/07/19 10:17 [Edit/Del]
      Krang님, 비슷한 용어인 부치(Butch)는 알고 있었는데 이건 처음 듣는 말이더군요. 덕분에 용어 하나 알게 된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응?)
  8. 2009/07/19 22:45 [Edit/Del] [Reply]
    서로 그 호칭으로 불편하지만 않으면 되는거죠 뭘. 그렇지 않나요 진사야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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