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alt Disney, PIXAR Studio
최근 픽사의 신작 '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대로 픽사의 작품들은 본 영화 상영 전 5분 정도 분량의 단편을 상영해 주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라따뚜이> 이야기가 들려올 때까지는 잘 모르고 있다가 작년 <월-E> 상영 당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때쯤 나는 <월-E>를 어떻게든 꼭 보고 말겠다며 벼르고 있던 참이었으니, 그 정체를 직접 눈으로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단편이 바로 <프레스토>였다.
그러나 그 5분짜리 단편을 보기 위해 나는 무지막지한 삽질을 해야 했으니, 내막은 대략 이렇다. 사무실에서 목적지인 씨너스 강남까지는 걸어서 20~30분 가량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사무실에서 좀 늦게 출발한 까닭에 걸어서는 상영 시간을 맞추기는커녕 입장도 못 하겠다 싶어서 잡은 게 택시였다. 근데 하필이면 처음으로 잡아 탔던 택시가 티머니 지원이 안 되는 택시란 걸 탑승하고 나서 뒤늦게 안 거다. 이 문제 때문에 택시 기사 아저씨와 약간의 실갱이를 벌인 끝에 다행히 택시 기본료는 내지 않았고 티머니가 지원되는 다른 택시로 갈아탔다. 허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리라. 저녁 시간대의 강남대로 정체가 얼마나 살인적인 수준인지.
택시가 도저히 출발할 기미가 없다. 아직도 논현역 근처인데 영화 시작까지는 15분도 채 안 남은 상황. 이래서야 제때 도착하겠냐 싶은 생각이 우수수수 머릿속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논현역에서 교보타운까지 뚫는 데 거의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나마 교보타운 앞부터는 정체가 풀려서 어찌나 다행인지......라는 생각은 이미 날아간 지 오래.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인 씨너스 강남에 도착했고, 티머니 찍고 후다닥 내려 시계를 확인했다. 이미 상영 시작 시간으로부터 5분 가량 늦은 상태. 안돼!!
정신없이 극장 건물로 뛰어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극장에 도착해 인터넷으로 예매한 티켓을 끊고 숨 돌릴 새도 없이 상영관으로 뛰어들어갔다. 다행히 10분 데드라인을 지키는 데 성공. 상영관으로 들어갔을 때에는 단편 <프레스토>의 마지막 장면이 스크린에 걸려 있었고, 몸을 굽힌 자세로 제 자리를 찾아 앉으니 이제야 평온을 되찾았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 정신 차리고 보니 <프레스토>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물론 본편 앞부분을 날리는 '엄한 일'까지는 안 일어났지만 혼자 갔을 때에는 없었던 '상영관 지각 입장'을 한 까닭에 앞쪽의 단편 <프레스토>를 놓친 건 지금도 후회되는 대목이다.
각설하고, 이번 신작 <업>에 함께 실리는 단편은 <파틀리 클라우디>다. <라따뚜이>와 <월-E> 이후로 픽사 작품 하면 정신줄을 놓아 버리는 정도(!)에 이른 나에게는 <업> 자체도 결코 놓치기 싫지만 수록된 단편 <파틀리 클라우디>는 더더욱 놓칠 수 없다. 서양의 구전 중 하나인 '황새가 물어 오는 아기'는 대체 어디서부터 오는 걸까?라는 질문이 극의 주요 열쇠로, 성층권의 구름이라는 상상을 그 답으로 제시하고 있는 영화란다. 이거 뭐 시놉시스만 보면 약간 납득이 안 가기도 하는데 그래도 픽사 아니냐. 기똥찬 상상력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이번에는 결코 단편마저 사수하고 말 테다. 1년 전의 굴욕(?)과 안타까움을 위안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파틀리 클라우디>. 절대 놓치지 않으리!
(2009.07.06 / 진사야 / zinsayascope.com)
*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업> 언론시사 겸 제작진 내한 기자회견이 있는 날이다. 지금쯤이면 행사가 마무리되고 있으려나? 자료들을 슬슬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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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자막판으로 보셨나요 더빙판으로 보셨나요? 더빙판으로 보셨으면 궁금한 점이 하나 있어서.. (네. '이순재옹의 목소리는 어땠나요?'지요.)
저도 3D 디지털로 보고 싶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