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불신의 시대에 바치는 내부자의 메시지
그리고 그 속에 비치는 강렬한 힘
그리고 그 속에 비치는 강렬한 힘
바야흐로 불신이 만연하는 시대다. 정부에 대한 불신, 사회적 규율에 대한 불신,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 이 불신들의 물결은 흡사 고대 바벨탑을 쌓아 올리는 것처럼 쌓여 올라가 멈출 줄을 모른다. 이는 분명 각국의 다른 언어만큼이나 인간에게 떨어진 거대한 형벌 중의 하나일 게다. 이런 환경에서 상호 소통이 꽉 막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기가 잘못했느니 남이 잘못했느니 다투고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끼워넣어보자. 당신은 상대의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즉슨 얼마나 많은, 상대에 대한 사실(fact)을 알고 있는가.
물론 모른다고 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쓰레기!" 라고 성급히 뱉을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얼마나 알고 있는가. 만에 하나 이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한다면, 당신은 (소통을 부르짖든 부르짖지 않았든)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단절된 시대에 살고 있는 거다. 뿌리 깊은 관행으로 치장된 사실(fact)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보통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대해서 모를 때가 많고, 그래서 생겨난 것이 모종의 '특종'이란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특종의 힘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지금 블로고스피어 속에서 무럭무럭 피어나오고 있는 수많은 특종들부터 바라보자. 하나같이 사람들을 거대한 진실 앞에 꿇어앉히고, 저 바닥 속 모습에 눈을 뜨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물론 개중에는 심사숙고의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들도 많지만, 그래도 보석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어김없이 있다고 믿는다.
초반부터 왜 이렇게 주구장창 특종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느냐고? 지금부터 이야기할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이하 '불멸의 신성가족')이 바로 이런 특종과 같은 느낌의 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에서 주요 특종으로 다루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사법 서비스(저자는 책에서 사법을 '써비스'로 규정한다. 그 이유는 책을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법이 추구하는 건 서민을 위한 서비스라는 것). 그리고 이 사법 서비스의 현주소를 발가벗기기 위해 사법 서비스의 경험이 있는 시민들부터 시작해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사건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 경찰과 마담뚜를 줄줄이 책 위에 불러 세운다.
이런 복잡한 사법 서비스에 얽힌 문제에 대하여, 「불멸의 신성가족」은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라는 다소 일반인에게 생소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상반되는 개념인 양적 연구(quantitative reseach)와 비교하여 질적 연구가 어떤 방식인지, 왜 이런 방식을 사용하는지에 대해 도입부에서부터 설명하고 들어간다. 그 정의에 대하여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질적 연구는 구성주의(constructivism) 또는 해석주의(interpretivism)에 철학적 뿌리를 둔 연구 패러다임입니다. 철학적 기초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필요한데다 워낙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교과서를 통해 연구기법을 체득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신에 몸으로 충분히 배워 알게 된 이후에는 자신만의 기교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략) ...연구자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도 연구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고, 연구자의 감정이 들어간 이해와 해석이 오히려 권장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한가지로 정리하기 어려운 연구방법이라 할 수 있지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질적 연구는 대화를 통해서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상상하고 창조하도록 돕는 실천적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 23~24p, '들어가는 글 : 사법시험이라는 희망과 절망' 중에서생소한 단어들이 몇 자 발견되지만, 대강 어떤 방식의 사전 조사가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약 30장 정도의 책 분량을 할애하여 보여 주는 '들어가는 글' 을 본격 시작으로 이 책은 주제라는 틀 안에서 산발적으로 마구 뻗어가는 모양새를 갖추었다. '서론이 너무 길었지요? 이제 진짜 이야기를 들려 드릴 때가 되었군요'라고 너스레를 늘어놓으며 본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제는 그 씨스템 안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원인을 분석해 볼 차례입니다'라며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이런 방식으로 앞 장과 뒷 장이 치밀하게 연결되고, 독자들은 그 흐름을 자연스레 따라가며 보다 깊숙한 사법 서비스의 현주소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제1장 '비싸고 맛없는 빵'에서는 사법 써비스를 몸으로 체험해 본 일반 시민들의 반응을 통해 비싸기는 겁나게 비싼데 정작 시민을 위한 효율성은 없는 사법 서비스의 현실을 담담하게 노출시킨다. 이 책 중 유일한 외부자의 시선을 통한 사법 서비스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장이며, 사법 서비스가 얼마만큼 신뢰를 못 얻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런 (소제목부터 독한)제1장을 넘기고 나면 제2장 '큰돈, 푼돈, 거절할 수 없는 돈'부터 본격적으로 내부자들이 털어놓는 (물론 가명이다)관행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 새어나온다. 혹여 "또 관행 타령이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런 반발에 상관 없이, 이 책은 그야말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마치 "그런 관행들, 살아 오면서 수없이 보지 않았어?" 하고 무심하게 넘기듯이.
본격적으로 튀어나오는 내부자의 변(變)은 힘이 세다. 청탁을 명목으로 들어오는 돈을 거절할 수 없는 흐름, 전관예우, 관계 유지를 위해 마음에도 없는 립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들, 평판 하나에 울고 웃는 변호사와 판검사의 모습부터 전관 변호사의 현실에 대해서까지. 판검사와 변호사의 영역을 벗어나서도 이야기는 그칠 줄을 모른다. 사건을 연결해 주는 브로커들의 입에서 나오는 뼈아픈 관행들이 있고, 곁에서 그 풍경들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여직원들과 마담뚜, 전문 기자들이 뱉는 후일담들이 있다. 이렇게 2장부터 4장까지 사람과 사람을 쭈욱 거쳐 가며 사법 서비스의 현주소를 까발리고 5장 '팔로역정, 법조인이 이겨내야 하는 여덟 가지 유혹'을 통해 그런 관행이 생긴 이유와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 나간다. 물론 여기서도 책 특유의 흘러가는 분위기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런 흐름 덕에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사법에 대한 책임에도 그 흥미로움이 끝까지 간다. 물론 특성 상 뒤로 갈수록 거북하기 짝이 없는 사실들과 마주치게 되고 이것 자체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겠지만, 단 한 줄의 문장도 놓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구성의 매력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써비스' '컨썰팅' 같이 일부 단어에서 된소리를 쓴 것이 최근 경향과 다소 어긋나는 점이 있고, 주석을 맨 뒷페이지에 몰아넣은 것이 다소의 불편함을 초래할 수도 있으나 그 사법서비스의 진실을 깊숙히 파헤치고 대안을 암중모색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것도 사법계 외부인이 아닌 내부인의 입에서 새어나온 암중모색인 까닭에, 그 힘은 상상 이상으로 세다.
"판사님, 검사님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책의 마지막 장에 나오는 한 줄의 외마디다. 「불멸의 신성가족」에 서 제기한 문제들은 이토록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은 그 현주소에 대한 앎과 모름의 문제(=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다. 나아가 그 치부가 꼭꼭 숨어 있는 것에 대한 문제이고 관행의 문제다. 사법이라는 거대한 바벨탑의 무게, 나아가 사회 전체를 뒤덮는 이 무게가 당장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이 책에 대하여 질책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불멸의 신성가족」이 목적하고 있던 것은, 문제를 제기하고 '이렇게 해 보면 어떻겠느냐' 며 제기하는 것이니까.
(2009.06.01 / 진사야 / zinsayasco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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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보여지는 정치인들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래서 그렇게 느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직도 정직하고
밝은 세상일꺼라 믿고 싶네요..!!
혹시 읽어보셨나요? 인터넷에도 기사가 올라와 있네요.
http://zine.media.daum.net/h21/view.html?cateid=3000&newsid=20090529181045720&p=hani21
서비스란 말이 참 가슴에 와 닿아요.
진정한 서비스로 국민들에게 다가설때 서민들은 행복해 지겠지요?
하지만 그런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