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미쳤다
: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 분석 리포트
Celebrities
보르빈 반델로 저 | 엄양선 옮김
지안출판사
2009년 4월
기본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그리고 사유의 재료가 부족한 정신분석 리포트
그리고 사유의 재료가 부족한 정신분석 리포트
롭 좀비 감독의 2007년작 <할로윈 : 살인마의 탄생>에서 새뮤얼 루미스 박사는 마이클 마이어스의 상담을 맡은 이후, 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이클과 사이코패스에 대한 책을 써 출판한다. 그리고 해든필드로 돌아왔을 때, 한 보안관이 유독 루미스 박사를 싸늘하게 대한다. 자기 책에서 언급한 사이코패스가 나타날 것이니 조심하라는 충고를 살짝 흘려들으며 그 보안관이 하는 말은 대략 이러했다. "당신은 우리 마을의 악몽을 책으로 써서 돈을 번 사람이거든." 보르빈 반델로의 정신분석 리포트 '스타는 미쳤다' 를 읽으며 문득 영화 속 이 대사가 생각났다. 왜일까. 얼핏 보기에는 그럴 듯한 꼴을 갖추고 있으나 정작 특정 계층에게는 환영받기 힘든 상황이 비슷해서가 아닐까. 대체 왜 이런 생각이 든 것일까. 그것은 책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우선 표지부터가 재미있다. 하얀 바탕 속 붉은빛 별이 마치 책 속 내용을 그대로 말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겉에 깔린 책 제목 '스타는 미쳤다'. 일상에서 숭앙받는 스타들을 타겟으로 쓴 책. 이 책의 원제 역시 '유명 인사들' 이라는 의미의 'Celebrities'이니 말 다 했다. 세계의 유명 인사들을 타겟으로 한 성격장애와 매력에 대한 정신 분석 리포트. 과연 어떤 내용일까.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니 미묘한 느낌이 머릿속에 교차했다. 아니, 책을 읽기 전 생각해 두는 중요 지점 설정부터가 잘못되었다. 이 책에서 중요하게 이야기되어야 하는 건 단순히 '어떤 내용인가' 가 아니다. '그 내용을 제대로 요리하고 있느냐' 다.
자아도취성, 연극성, 반사회성, 경계성 성격장애로 나누어 성격장애의 양태를 들여보는 것을 시작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유명인사를 꼭 타겟으로 삼아야 하는 책은 아니다. 아니, 달리 말하자. 유명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애초에 중심이 아니어도 되었을 거라는 얘기다. 내용을 들여보면 그 이유에 대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야기의 중심을 차지하는 것이 연예인의 '막장 인생'인 것처럼 보이나 이건 어디까지나 표지나 내용이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일 뿐, 그 자극적 소재를 모조리 거세하고 나면 그저 평이한 정신 분석 리포트가 되는 만듦새를 가졌다는 소리다. 오히려 정신분석의 양태에 보다 시간을 할애한 것이 눈에 띈다. 제1장인 '망가진 영혼'이나 제2장 '경계 위에서 위태하다' 의 내용은 이런 책의 만듦새를 가장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것이 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크다. 결정적으로 책의 큰 틀인 제목과의 결합이 엉성하다. 프롤로그에도 적힌 것처럼 스타의 뒷그늘을 벗기기 위해 쓰여진 책이라면 스타의 뒷그늘과의 연계성을 더 고려했어야 한다. 보다 치밀한 방향으로 스타의 그늘에 대해 파고들었어야 했다는 소리다. 하지만 '스타는 미쳤다' 는 이런 독자들의 기대를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이론의 기술은 거칠고, 실전은 물렁물렁하며, 이론과 실전의 괴리는 상상 그 바깥까지 나아간다.
물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성격장애의 양태를 설명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런 양태를 설명함에 있어 보다 치밀하게 짜임새를 맞출 필요가 있었다는 소리다. 특히 '스타는 미쳤다' 처럼 이야기의 중심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특히 양태를 설명하면서 가명의 상담자 이야기를 덧붙이는데(가령 2장 '경계 위에서 위태하다'의 경우), 이는 책의 전체 흐름을 생각하면 사족에 가까우며 오히려 책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방해가 된다. 차라리 이 자리를 유명인사의 사례와 교차시켜 언급하고, 그 모습을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의 결과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이렇다 보니 4장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는 유명인사들의 삶 역시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앞쪽에서 너무 많은 걸 담았던 것 때문인지 정작 뒤쪽에서는 간단히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설명은 그럴 듯하나 근거 제시가 풍부하지 못해 독자의 설득력을 얻기에는 힘에 부친다. 가장 재미있어야 할 내용들이 정작 재미를 반감시키니, 이보다 치명적인 요소가 어디 있을까. 이런 점들 때문에 책의 본질인 '유명인사들의 정신 분석' 보다는 파파라치 성향의 '셀러브리티 가십' 이라는 선입관이 먼저 두뇌를 지배하고 만다. 흡사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난무하는 연예 가십들을 한 자리에서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보다 짜임새 있는 방향으로 유명인사들의 모습과 정신 분석을 연결했더라면 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고, 그로 인해 사유의 시간도 보다 길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는 미쳤다' 는 그런 모습에 다소 인색함을 표하고 있는 책이다. 하루이틀 동안의 요깃거리로 읽기에는 큰 무리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다지 좋은 점수를 쳐 주기 힘든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사유할 이야기가 벼락처럼 떨어지고 남을 수 있는 '유명인사들의 정신분석 리포트'가 이토록 얄팍한 모습을 갖추고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거 참 '유감스러운 도시'에 앉아 있는 기분이구려.
(2009.05.27 / 진사야 / zinsayascope.com)
* 책 속 소제목의 서체 처리가 제대로 안 된 부분이 있다. 198페이지의 '마이클 잭슨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제목의 경우, 굵은 산세리프 표시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본문의 서체와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덕분에 이게 소제목인지 알아차리는 것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음 판에서 수정이 되었으면 하는 부분. (참고로 내가 읽은 건 1판 1쇄다.)
** 미래의 모습에 대한 상상으로 얼룩진 에필로그는 솔직히 없어도 되었을 내용이다. 앞의 모든 것들을 날려 버릴 정도로 감상적이고 터무니없는 내용. 그렇다고 허를 찌를 정도로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에필로그의 모습처럼 행복한 일만 가득하다면, 이 세상이 재미있을까? 답은 "아니!" 가 될 텐데.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자니 씁쓸함이 하늘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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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많은데 읽고나서 이렇게 적어봐야 겠어요 ㅎㅎ
전 책을 가까이 두고 싶다고 하루가 다르게 외쳐고 힘들더라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