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Babel, 2006)

Posted at 2009/05/10 08:13// Posted in 영화담론/짧은 영화리뷰


처음에는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걸까 궁금했다. 다소 쭉쭉 늘어지는 전후반이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열쇠고리를 풀기 시작하는 이 영화. 영화 속 의문의 대부분이 풀리는 시점도 후반 쪽에 모두 몰려 있다. 메시지 역시 마찬가지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바벨>을 통해 소통이 단절되어 가는 인간군상을 가장 효과적이고 무겁게 그려낸다. 이런 모습을 제대로 느끼기 위하여 초반부의 지루함과 괴팍한 느낌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불친절하게 와닿을 수는 있으나 이 느낌을 극복하고 나면 뒤통수를 한 대 후려치는 울림과 마주하게 되는 기이한 영화.

특히 절정은 치에코 (키쿠치 린코 분) 의 에피소드.  아예 들어내서 한 영화로 분리했어도 꽤 좋았겠다 싶을 정도로 치에코 에피소드가 가진 힘은 실로 대단하다. 때문에 나에게는 <바벨>이 키쿠치 린코라는 배우를 주목하게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 속 모습으로 인상적인 이미지를 내보이고, 자신이 헐리웃의 수많은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줄 미처 생각이나 했을까. (잘 알려진 대로 그녀는 이 영화로 79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지금 봐도 이상할 것이 없는 아름다운 소통의 영화. 이쯤 되면 그저 그런 이야기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을 낸다. 인간들이 끝없이 바벨탑을 쌓는 것처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장벽을 쌓고 있는 것은 아닐까.
(2008.06.07 / 진사야 / zinsayascope.com)

http://www.zinsayascope.com/trackback/196

  1. 바벨 - 소통은 언어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 // 마이너 블로그 2009/05/11 13:07 [Delete]
  1. 2009/05/10 09:06 [Edit/Del] [Reply]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아모레스 페로스 시절부터 완전 팬이었습니다.
    제 3세계인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제게는 너무 감동적이었거든요.
    그가 헐리웃의 자본으로 영화를 찍어도 그의 시선은 변함이 없더라구요.
    정말 정말 존경하는 감독입니다.
    • OpenID Logo 진사야
      2009/05/10 22:16 [Edit/Del]
      EastRain님, 말씀하신 [아모레스 페로스]도 어서 챙겨 봐야 할 텐데요. ^^;; 다른 작품들을 보고 싶어졌어요. 그만큼 저에게는 [바벨]이 정말 멋진 영화였습니다. 진짜 도쿄 에피소드는 어떻게 따로 떼어 보고 싶은 생각이 ㅠ.ㅠ
  2. 2009/05/11 00:54 [Edit/Del] [Reply]
    바벨 저두 너무 감명깊게 봤더랫습니다.
    근데 언급한 에피소드가 가물거려서 다시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
  3. 2009/05/11 10:29 [Edit/Del] [Reply]
    아모레스 페로스를 너무 좋아해서 기대를 무지 했는데, 기대한 방향과는 달랐지만 오랜만에 만난 사유의 영화였어요. 도쿄에피소드는 뭘 말하려는 지는 알겠는데 어린 여고생?이 저러니 처연하고 슬프기보다 난감하기만 했던 기억이 ;; 영화는 그 해 본 가장 좋았던 영화로 기억이 되네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5/11 13:26 [Edit/Del]
      나특한님, 아무래도 치에코의 행동이 난감함을 유발하는 것은 아닐지요. 교복치마 속에 팬티를 입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부터가 그렇지 않습니까? 그리고 "진짜 털북숭이가 무언지를 보여주겠어" 라고 하죠. 치에코의 몸부림을 의미하는 대목이지만 일반 관객들이 보기에는 난감한 점이 한둘이 아닐 거에요. 그렇게 극단적으로 가야 되나? 싶은 의문도 들고.
  4. 2009/05/11 12:53 [Edit/Del] [Reply]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권의 사람들 사이의 소통의 단절을 이야기한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같은 언어, 문화, 그리고 가족들 사이에 존재하는 소통의 단절이 더 부각된 느낌이었죠.
    • 2009/05/11 13:08 [Edit/Del]
      저도 이 영화를 보고 VISUS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드랬죠. 소통의 단절이란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5/11 13:39 [Edit/Del]
      VISUS님, 감정의 골은 정말 가까운 곳에 있는 모양입니다 :-)
    • OpenID Logo 진사야
      2009/05/11 13:40 [Edit/Del]
      구름님, 정말 마음을 열지 않아서 생기는 게 소통의 단절이 아닐까 해요.^^
  5. 2009/05/11 15:42 [Edit/Del] [Reply]
    영화의 도입부에서 감이 딱 오지 않으면 영화를 끝까지 못보는 성격인데...(그래서 돈내고 극장에서 봐야된다는...^^)
    영화 바벨은 꾹 참고 끝까지 봐야겠는데요..^^
    • OpenID Logo 진사야
      2009/05/12 03:31 [Edit/Del]
      PLUSTWO님, 한 장면에 집중하기보다는 넓게 보는 게 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

댓글을 남겨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

Password *

Link (Your Homepage or Blog)

Comment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