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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8 / 브로드웨이 시네마 / 19:00
TEXT_ 진사야

2007년 9월에 개봉한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원스>를 기억하시나요?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몰고 다닌 이후 우리나라에도 상륙한 이 영화는 수많은 마니아층을 끌어 모으며 인디영화라는 한계점 속에서 꿋꿋히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CG를 위시한 각종 특수효과들이 판을 치고 보다 화려하게!를 구호로 달고 다니는 현대 영화판에서 이런 작품이 성공을 거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그 영화 자체의 모습에 있었죠. 시종일관 담백한 리듬을 유지하면서 흘러가는 이 영화와의 만남(혹은 동화의 과정)을 통해 관객들은 상당히 색다른 형식의 영화를 이미 접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방식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결코 방해 요소가 되지 않았죠. 왜일까요? <원스>에서 이미 재현한 대로 극 전면을 지배하고 있는 리얼(real)의 에너지는 어떤 음악영화의 흐름이자 음악영화가 돌아가는 하나의 동력으로 작용하며 그것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어쩌면 음악영화란 상당히 감성적인 성향이 영화장르구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이런 음악영화의 성향이 보다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분명 <원스>의 계보를 말끔히 이어 줄 다른 작품들이 줄줄이 나타나야 되겠죠. 다행히 이런 관객들의 갈증을 해소하듯 지난 시간 동안 <어거스트 러쉬><헤어스프레이><고고 70><맘마 미아!> 등 꽤 많은 음악영화 내지 뮤지컬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들)이 차례대로 선을 보여 왔지요. 하지만 그 음악을 표현하는 데에는 일정 수치의 성과를 이루어 냈지만 음악영화 특유의 감성을 끌어올려 마음까지 울리는 영화의 모습을 다시 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 갈증을 관객들 의지대로 해결해 보라는 듯 정확히 1년 2개월이 지나, 또 하나의 외국발 음악영화가 선을 보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워커의 <로큰롤 인생> (해외 개봉명 : YOUNG@HEART)가 바로 그것이죠. 각종 영화제를 휩쓸고 올 여름 제천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조용한 반향을 일으킨 후 드디어 국내 극장가 습격까지 차분히 준비하고 있는 이 작품. 영화를 당장 보지 않았더라도 작년 이맘때의 <원스>가 떠오르게 됩니다. 이런 소리가 당연하기라도 하듯 국내 개봉을 앞두고 <원스>와 얽힌 이야기가 참 많이 오갑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흐름입니다. 왜냐고요?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영화 장르의 연속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뒤를 말끔하게 이어 줄 (그리고 전작의 성과를 어느 정도 연결해 줄 수 있는) 후발작들이 절실히 필요해지게 됩니다. 소위 말해 '계보를 잇는다' 라는 말이 통하기 위한 하나의 절대적 조건이죠. 이 조건을 <로큰롤 인생>은 어떤 방식으로 채우고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꽤 명확합니다. <로큰롤 인생>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에너지는 바로 리얼(Real) 의 힘에 있습니다. 이 절대적인 요소는 실존하는 코러스 밴드 '영앳하트(YOUNG@HEART)'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영화의 기본 설정에서부터 빤히 드러납니다. 자,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면 뭔가 이야기가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기대를 일찌감치 접게 됩니다. 아니, 이런 사실 자체가 극 초반부터 와르르 무너지는 설계도로 짜여진 영화죠. 당연히 이 영화는 감성이라는 에너지를 필두로 흘러갑니다. 죽음을 초월한 노인들의 로큰롤 인생이라니, 딱 봐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그냥 일반 극영화의 경우에는 이런 특징이 하나의 걸림돌로 작용할 법 하죠. 근데 <로큰롤 인생> 에서는 이게 통할 수가 없습니다. 감성 자체가 설득력을 몰고 와 버리기 때문이죠.
<로큰롤 인생>에 등장하는 코러스 밴드 영앳하트는 약 2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코러스 밴드입니다. 60대부터 시작해 90대까지 다양한 노인층을 가지고 있는 이 '호기심 와방 유발' 밴드의 평균 나이는 81세에요. 자, 이쯤해서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81세'라는 나이를 보면 여러분들은 무엇이 먼저 떠오르십니까? 대개 사람들은 우중충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겠죠. 각종 질병, 소외 문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청춘의 소멸에 대한 좌절, 주름, 지혜로운 사람의 모습 등등.. 긍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노인이라는 이미지는 뭔가 다른 이미지들을 본의 아니게 내포하기 쉽습니다. 특히 요즘 뉴스 등지에서 튀어나오는 '노인층 증가 추세' 라든가 노인과 관련된 험악한 이야기들을 생각하면 더욱 우울해지게 됩니다. 근데 이게 <로큰롤 인생>에서는 다소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조부모' 들은 하나같이 활기찬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상당히 친근하게 느껴지지요. 뭔가 저 먼 나라 미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집을 나서면 볼 수 있는 연장자의 모습 같습니다. 물론 현실적인 상황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영앳하트 멤버들은 음악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여생에 대한 고민 또한 가지고 있지요. 이것은 극중 건강 문제로 시름하는 멤버들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판타지와 비슷한 스토리텔링에 묘한 현실감을 부여해 놓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감 섞인 모습은 영화의 어떤 요소를 가지고 있을지언정 영화의 흐름까지 반전시키지는 않습니다. 여기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구호가 하나의 힘으로 작용하죠. 이 구호 하에 영앳하트 멤버들은 흩어졌다가도 다시 모이고, 모여서 외칩니다. 'Yes We Can Can Can(영화 속 나오는 노래 중 하나)' 이라고.
혹자는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저게 실제 있는 일이라고?' 라고요. 물론 현실을 접목해 보면 영앳하트의 에피소드는 꽤 파격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실버' 라는 말로 포장을 해도 현실적인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로큰롤 인생>이 내포하는 리얼의 메시지가 우리들이 익히 봐 온 것들과 어느 정도 비슷한 형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라는 것을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멋진 공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영앳하트 멤버들의 모습에서 <무한도전>의 에너지를 재확인할 수 있으며, 서로를 보듬고 때로는 투닥거리며 고민을 이야기하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연결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패밀리가 떴다><1박 2일>에서 볼 수 있는 어떤 감흥을 재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나이만 좀 많을 뿐, 발산하는 에너지는 같습니다. 이런 꽤 익숙한 바탕 모습에만 만족하지 않고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연장자라는 이미지에서 느낄 수 있는 '현자' 라는 실체를 덧대어 위에서 이야기했던 프로그램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어떤 감흥을 추가로 던져 줍니다. 영앳하트의 노래를 듣다 보면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의 무릎 위에서 듣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떠오릅니다. 영앳하트 멤버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친근감은 바로 이런 점에 기인합니다. 이 거침없는 조부모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사랑스러우며 아름답고 멋질 수가 없단 말이죠. 여기서 우리는 정확히 1년 2개월 전 이미 체험한 <원스>의 감흥을 또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두 작품이 각자 가지고 있는 감흥의 모습은 다르지만 그 깊이는 꽤 근접한 거리를 가집니다. 이것은 <로큰롤 인생> 이 <원스>의 계보를 꽤 훌륭하게 잇고 있다는 증거가 되지요. 이 두 작품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관객들에게는 꽤 재미있을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로큰롤 인생>은 너무 정적 자세로 관람하면 그 재미가 반감되어 버리는 작품입니다. 영화 속 음악들을 듣다 보면 자연히 발로 리듬을 맞추거나 손뼉을 치는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절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닌 거죠. 오히려 이런 반응을 표현하며 보는 것이 영화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묘미로 작용합니다. 스크린을 뚫고 튀어나오는 선율과 동화되어 107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즐기며 봐야 하죠. 이 과정이 없다면 결코 <로큰롤 인생>을 제대로 봤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민망해서 표현하기 힘들면 그냥 손가락 등으로 리듬을 맞춰 보는 것도 좋지요. 어떤 방식으로든 리듬을 느끼며 보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될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꽤 기묘한 상상을 하나 했습니다. 앉은 좌석이 한없이 좁아지는 느낌이었죠. 마치 당장 일어나 이 영화를 움직이며 즐기란 말이야! 라고 누군가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식 톤으로 말하는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버렸어요. 어쩌면 안락한 좌석에서 너무 편하게 영화를 본 것 같아 죄스러운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보다 극장 좌석이 좁아 미치고 환장한 적은 없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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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로큰롤 인생> 봤는데 감동이 어마어마하게 몰아쳐 오더군요.
도라&스탠 커플 보면서 막 웃기도 하구요^^
아,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봐야겠다는.......ㅠㅠ
좋은 글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
도라&스탠 커플은 정말 멋졌지요 ㅎㅎ 음정도 전혀 안맞고 계속 삽질만 하지만 그게 또 귀여우신 *_*
또 보고 싶은 작품 중 하나랍니다.
챙겨 보시면 좋은 영화입니다. 아마 극장 좌석이 그보다 좁게 느껴지지는 않을 듯 싶네요 :-)